ITS는 지난 90년대 초부터 선진 각국에서 중요한 산업기술분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은 새로 부상하는 첨단산업인 ITS분야의 기술개발과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국제표준화기구(ISO)를 중심으로 추진돼온 ITS분야의 표준화 노력은 지난 92년 설치된 ISO 산하의 운송정보 및 제어시스템에 관한 표준화기술위원회(TC) 204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ITS 표준화는 뒤늦게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처럼 국제적 기술발전 추세에 뒤처지기 쉬운 나라들에 특히 중시되는 분야로 첨단기술분야에 관한 국제표준이 제정되면 미래의 기술개발 방향이 제시되며 기술적으로 앞선 나라가 자국의 기술을 내세운 국제표준제정 노력에 나서는 현실은 ITS산업 분야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ITS 기술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ISO TC 204는 산하에 16개 실무작업반(WG:Working Group)을 두고 실질적인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ISO TC 204는 전세계 46개 회원국을 갖고 있는데 투표권이 있는 정회원(Participating Member)이 21개국, 투표권이 없는 옵서버회원(Observing Member)이 25개국이다.
이처럼 아직까지 상당수 회원이 옵서버 회원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ISO TC 204 한국위원회 위원장인 아주대 이승환 교수는 『최근 결성된 ISO TC 204가 한창 국제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등 초기활동에 머무르고 실정이며 몇개의 기술보고서 및 기술보고서 초안만이 등록되어 있을 뿐이어서 ISO TC 204 서울회의와 ITS 서울세계대회 개최를 계기로 국내 ITS 표준화 활동이 크게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구성된 ISO TC 204가 내놓은 기술보고서(TR:Technical Report) 가운데 중요한 내용으로는 96년에 나온 ISO TR 14825에서 설명하고 있는 지리정보데이터 파일을 비롯해 지난해 제출된 자동요금징수시스템의 인터페이스 정의, 도로교통정보시스템(TICS)의 참조모델 및 구조(기본서비스·표준구조), 자동차량식별 시스템 정의, 자동차량식별번호 부여법 등이 거론될 정도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열린 ISO TC 204 서울회의에서는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ITS산업분야의 추세에 발맞춰 차량항법시스템(CNS) 분야의 데이터베이스 구조 표준화와 전자통행료징수(ETC) 시스템 분야의 통신 표준방식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ETC 표준화는 대도시권내 진입차량에 대한 제어와 통행료를 징수하는 고속도로의 혼잡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CNS분야의 데이터베이스(전자지도) 포맷 표준화는 가까운 일본시장에서 보여준 시장확대 가능성에서 시장전망을 확인한 국내업체들에 특히 높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두 부문의 표준화는 전세계 정부대표들의 첨예한 이해가 대립된 부문이기도 하다.
이같은 교통물류부문의 표준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표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부터다. 유럽연합(EU)은 86년 열린 유럽외무경제과학기술 장관회의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유럽교통체계를 개발한다는 목표아래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유럽표준화기구인 CEN TC 278(European Committee for Standardization Technical Committee 278 Road Transport and Traffic Telematics)을 구성해 일본과 미국에 앞선 유럽의 독자표준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3개 실무작업반을 가진 CEN 278은 하드웨어 표준화보다 인터페이스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각 WG는 응용분야와 기술분야의 균형을 이룬 표준화 작업을 지향해 이를 이용하는 산업계의 개발활동에 편의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표준화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전자통행료 징수시스템(ETC), 최적경로 안내(CNS) 및 전자지도DB, 차량간 전용 단거리통신(DSRC) 등이다.
이를 위해 EU의 DGX Ⅲ(정보통신위원회)가 꾸준히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CEN 278의 노력을 통해 유럽 밖 지역에서의 호환성 확보를 위해 ISO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ITS분야의 후발주자이나 가장 조직적인 표준제정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연방정부 교통부의 종합프로그램처(Joint Program Office)는 지난 96년에만 1천6백만달러를 자국내 5개 표준화기구(SDO:Standards Development Organization)에 지원하는 등 ITS 표준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ITS분야의 표준화 목표를 특정국가나 업체가 독점할 수 없는 보편적인 표준제정에 두면서 표준개발기구의 활동에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시애틀·샌안토니오·뉴욕/뉴저지·피닉스 등 4개 도시에 ITS 구축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이들의 표준화 작업성과를 상호 보완하도록 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통산성 주관으로 ISO TC 204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 97년 초 조사연구기능을 강화한 국내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 이 분야의 국제 표준화 활동을 강화해오고 있다.
일본은 ITS 표준화에 8개 관련단체에서 2백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등 50명 내외의 전문가를 확보한 우리나라보다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우리처럼 국가 표준화 아키텍처를 구성하지 못한 가운데 시스템간 인터페이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95년 5개 정부관련 부처가 추진해온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도로교통정보통신시스템(VICS)을 실용화했으며 96년에는 ITS추진 종합계획을 5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발빠르게 전자통행료징수(ETC) 시스템과 자동운전도로 시스템(AHS)의 실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통산성은 ISO TC 204 일본위원회에 매년 8억엔 이상을 지원하는 등 표준화분야에 대한 지원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우리나라도 국가 ITS사업 전영역에서 ISO TC 204의 표준화와 직간접적인 연계성을 갖고 있는만큼 이 부문의 표준화에 높은 관심을 갖고 국제활동에 임하고 있다.
ISO TC 204 한국위원회는 각 실무작업반 중 WG3·WG5 · WG7·WG8·WG9·WG11·WG15·WG16에 관심을 보이면서 ITS 분야의 향후 표준화 논의방향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S 표준화 활동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계 산·학·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 기관의 산발적인 작업수행과 단일화·효율적인 ITS 추진조직을 갖추지 못한 데 따른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국내 ITS산업 표준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 ITS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부족과 이에 따른 전문가 육성정책의 부재, 정부의 미흡한 표준화 지원예산 등도 표준화 분야의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건설교통부가 국토개발연구원을 통해 ITS 구축을 효율화하기 위한 단일 구성안(아키텍처)을 마련하도록 하면서 ITS 구축 및 표준화사업의 효율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ITS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이 안이 마련되면 교통개발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국토개발연구원·한국전산원·전자통신연구원 등 관변 연구단체와 정부부처들간에 산발적으로 이뤄진 연구작업들도 통일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학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ITS산업 기술발전의 근본으로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표준화분야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향후 국내 ITS분야 표준화 활동의 진전에는 제품표준이나 단위기술보다 시스템간 연동성을 위주로 한 표준화 정책, 교통정보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보통신분야 기술의 수용정책, 적극적인 국제표준화 활동 참석 및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 범부처 ITS실무위를 통한 ITS 관련업무 조정, 가칭 ITS코리아를 통한 효과적인 ITS 추진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재구 기자>
전자 많이 본 뉴스
-
1
최태원 SK 회장, 이혼소송 취하서 제출…“이미 이혼 확정”
-
2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3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4
삼성전자 연말 성과급, 반도체 12~16%·모바일 40~44%
-
5
“인력 확보는 속도전”…SK하이닉스, 패스트 트랙 채용 실시
-
6
'위기를 기회로'…대성산업, 전기차 충전 서비스 신사업 추진
-
7
삼성전자 “10명 중 3명 'AI 구독클럽'으로” 구매
-
8
잇따른 수주 낭보…LG엔솔, 북미 ESS 시장 공략 박차
-
9
현장실사에 보안측정, 국정공백까지…KDDX, 언제 뜰까
-
1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실시 협약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