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멀티카드업체 잇따른 부도로 곤혹

 최근 들어 국내 주요 멀티미디어카드 업체들이 줄이어 침몰하자 이 업체들을 상대로 다층PCB를 공급해온 PCB업체들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연초 국내 최대 PC용 주기판업체인 석정전자가 부도를 낸 데 이어 최근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해온 두인전자와 가산전자가 부도를 낸 것은 국내 PCB업체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까지 소규모 형태로 멀티미디어카드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존하고 있으나 이들 3사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데다 기술력 및 브랜드 지명도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국내 PC용 멀티미디어카드산업은 거의 고사단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산전자와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한 PCB업체 임원은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던 업체마저 쓰러진 것은 PCB업체에 충격을 넘어 공황에 가까운 심리적 불안을 던져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제 멀티미디어카드 업체를 상대로 신용으로 제품을 공급하려는 PCB업체는 거의 전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중소 멀티미디어카드 업체들은 이제 현금을 주고 PCB를 구입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됨에 따라 채산성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대만 멀티미디어카드에 밀려 고전해온 국내 멀티미디어카드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지고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라는 게 PCB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결국 PCB업체들은 국내 다층PCB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해온 PC용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을 잃게 되고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사장시킬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한 PCB업체 사장은 『멀티미디어카드용 PCB는 여타 제품에 비해 기술변화가 빠르고 첨단 PCB공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분야』라고 설명하고 『이제 국내 PCB업체들은 첨단 기술 및 공법을 시험, 노하우를 축적해 볼 수 있는 터전을 상실하게 됐다』면서 국내 멀티미디어 및 PCB 산업 육성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이희영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