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광장> 불황 바람 덜 타는 "아동용 아케이드" 봇물

 올해 PC게임업계는 대목으로 불리는 여름방학과 추석연휴까지 고전했을 만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이같은 냉기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게임 개발업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겨냥한 아케이드 게임을 잇달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요즘 발매되는 아동용 아케이드 게임의 특징은 만화잡지나 TV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알려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품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다. 「날아라 호빵맨」(드레곤 플라이) 「못말리는 감자맨」(팬더소프트) 「개미맨2」(남일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코믹한 그래픽과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에피소드가 돋보이는 「날아라 호빵맨」은 용산의 게임전문숍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품 중 하나.

 이처럼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아케이드게임 출시 붐은 앞으로 CF 주인공을 등장시킨 「깜찍이」, 박수동의 인기만화를 소재로 한 「고인돌」, 원 소스 멀티 유즈 캐릭터로서 둘리의 상품성을 다시 한번 시험하게 될 「아기공룡 둘리2」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오래 전에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물의 최신 버전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는 것도 아동용 아케이드게임의 새로운 경향이다.

 80년대 후반 어린이들을 즐겁게 했던 「메가맨」 시리즈의 최신판 「메가맨X4」와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액션 아케이드 게임 「재즈 잭 레빗2」가 좋은 예다. 그밖에 애플컴퓨터로 즐겼던 그때 그 시절의 게임 「로드러너 3D」도 하반기중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아동용 아케이드 게임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장르의 특성상 불황을 덜 타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동안 게임시장을 주도해온 전략시뮬레이션이나 롤플레잉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판매고 5만∼8만장의 빅히트작이 많았지만 요즘엔 화제작도 판매량 3만장을 기록하기 힘들다. 반면 시장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은 아동용 아케이드 게임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과 비교할 때 평균판매량이 별로 줄지 않았다. 게다가 개발기간이 짧고 제작비 부담도 적어 기획만 잘 하면 최소한 밑지는 장사를 할 염려는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올들어 PC게임 시장의 판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부분의 신작 게임들이 발매 첫달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면 C급 작품으로 전락하는 데 반해 아동용 아케이드 게임은 라이프 사이클을 타지 않고 스테디 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7월 발매된 후 지금까지 장수하면서 판매고 5만장을 돌파해 삼성전자의 효자상품이 된 「짱구는 못말려」는 대표적인 사례.

 용산의 게임 전문숍 판매담당자들은 『단행본 책 못지않게 두터운 공략집을 읽어가며 밤새 전략을 짜내야 엔딩을 볼 수 있는 대작게임을 선호했던 마니아들이 IMF 이후 쉽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덤으로 스트레스까지 풀 수 있는 게임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튼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당분간 슈퍼 마리오나 소닉처럼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아동용 아케이드 게임을 실컷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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