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30);우주 쓰레기

 83년 7월,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되었다. 궤도 진입 후 사흘째 되던 날, 무엇인가 깨알 만한 것이 우주선 전면 유리창에 부딪쳤다. 다행히 치명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리 강도가 약해졌으므로 지구로 돌아온 뒤에 유리창 전체를 교환해야만 했다. 5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조사 결과 유리창에 부딪친 것은 오래 전 구형 보조 추진로켓에서 떨어져나온 아주 조그만 흰색 페인트 조각이었다. 몇십년 동안 우주를 떠돌다가 챌린저호와 충돌한 것이다.

 지구 상공의 우주궤도에는 이같은 미세한 쓰레기들이 1백만개가 훨씬 넘는다. 몇십년 동안 쏘아올린 각종 로켓이나 발사체들이 금속 조각, 페인트 조각, 기타 온갖 자질구레한 부스러기들을 흩뿌려놓았다. 조금 큰 것들, 예를 들어 구슬 크기 이상인 것도 5만여개를 헤아린다.

 우주의 쓰레기들은 대개 초속 5㎞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나가던 우주선에 부딪히거나 하면 매우 위험하다.

 지상에 있는 레이더로 포착할 수 있는 크기(야구공 정도)의 물체만 해도 1만여개 가까이 된다. 위성이나 발사체의 파편들, 빈 연료 탱크, 우주 비행사가 떨어뜨린 공구나 사진기 등등. 그 가운데는 고장나거나 수명이 다해 거대한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죽은」 인공위성들도 있다. 그런 것은 버스 만한 크기까지 있을 정도다.

 환경오염과 쓰레기 공해로 지구상 곳곳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우주의 쓰레기까지 따지는 건 좀 태평스런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우주 여행이 보편화되면 분명히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주공간에서는 이러한 쓰레기들이 매우 위험한 존재기 때문이다.

 이미 궤도상의 인공위성들이 이런 우주 쓰레기들 때문에 고장난 사례가 여럿 있다.

 80년에 발사된 태양관측 위성 솔라맥스의 경우, 발사된 뒤 몇달이 지나서 갑자기 위성이 먹통이 되었다. 지상으로 보내오던 전파신호가 끊긴 것이다. 이 위성은 그렇게 3년 반 동안 벙어리가 된 채 지구 둘레를 떠돌았다.

 84년에 우주 왕복선이 올라가서 솔라맥스를 수리했다. 위성을 찾아낸 뒤 운동 속도를 맞춘 채 최대한 접근 상태를 유지하고 우주 비행사가 허공에 뜬 상태로 수리를 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지구 상공 1백60㎞에서 진행된 작업이다.

 수리는 성공적으로 끝나서 솔라맥스는 다시 제 기능을 되찾았는데, 고장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밥상 정도 크기의 기기판에 무려 1백50여개의 구멍이 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주의 먼지 쓰레기들이 마치 산탄 총알처럼 박혔던 것이다. 만약 이런 쓰레기들이 우주복에 맞았다면 우주 비행사는 생명을 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주 쓰레기를 대비하거나 처리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나 비용 면에서 결정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지구상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예방책은 쓰레기의 발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곤 한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라는 전략방위구상(SDI)을 추진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무모한 계획이었는데, 사업추진에 혈안이 되어 있던 군수산업체 사람들은 시범을 보인답시고 85년 9월 13일에 멀쩡한 인공위성 하나를 타깃으로 삼아 파괴해버리고 말았다. 79년에 발사된 솔윈드라는 태양관측 위성으로 6년이 넘도록 충실하게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튼 솔윈드의 파괴로 지상에서도 포착할 수 있는 파편만 1백여개가 더 생겨났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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