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월드> 사이버 커뮤니티에도 유명인사는 있다

 PC통신 인구가 3백80만명을 넘어섰다. 이쯤되면 PC통신망은 거대한 사이버 커뮤니티. 지금도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4대 통신망에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만남을 시도하는 남녀들로 붐빈다.

 이처럼 북적거리는 가상공간엔 누구나 한번쯤 만나고 싶어하는 「유명인사」들이 있게 마련. 접속 신청이 밀려들어 행복한 고민을 하는 인기스타들로는 누가 있을까.

 PC통신소설 「마지막 해커」의 작가 황유석씨(ID : Last해커, 26세). 숭실대 경영학과를 휴학중인 그는 여동생 덕분에 유니텔의 명물로 떠올랐다. 올 여름 「내 ID를 좀 유명하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동생 ID로 유니텔 「go horror」란에 글을 올리기로 결심한 것. 그래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소개된 23편의 에피소드가 바로 「마지막 해커」다. 딱 1주일 동안 연재된 이 작품이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면서 삼성 SDS가 「스타작가 만들기」에 발벗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 황유석씨는 지금 유니텔의 후원 속에 「마지막 해커」 출판을 준비중에 있다. 과연 퇴마록을 잇는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통신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인물.

 신은정씨(18)는 하이텔이 배출한 신세대 스타. 1백74cm의 큰 키와 진한 눈썹, 아직 소녀티가 남아 있는 주근깨의 매력적인 아가씨다. 올 여름 한국PC통신이 뽑은 사이버스타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청순한 외모의 신은정씨는 하이텔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얼굴. 얼마전 선보인 에뮬레이터 「하이텔99」 초기화면 모델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신은정씨의 별명은 「사이버스페이스의 베아트리체」. 이미 한국PC통신 측의 후원을 약속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신은정씨의 사이버 연예활동은 탄탄대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에 「광수생각」, 동아일보에 「도날드닭」이 있다면 나우누리에는? 정답은 「go PEN」으로 만날 수 있는 「고구마」다. 나우누리 사용자들 사이에 「고구마」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사이버만화 칼럼니스트 윤영범씨(ID 그림쟁이). 평균 조회수가 5백회가 넘을 만큼 그의 만화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단순히 웃어넘길 수 없는 풍자와 페이소스 때문이다. 그림에 곁들여지는 촌평도 재치가 넘친다. 윤영범씨는 나우누리의 주간 웹진 「퍼즐」에도 「고구마 일기」라는 코너를 연재해 인터넷에서도 점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치과전문의 김정찬씨도 나우누리의 명물. 그의 온라인 치과상담실(go DENTIST)엔 항상 웃음이 넘친다. 이가 아파 울상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아무리 진지한 질문을 던져도 위트 넘치는 답변을 보내주기 때문. 『자고나면 입냄새가 나는데 혹시 장이 안 좋아서 일까요』라고 물어보면 『자면서 계속 칫솔질을 하면 입냄새 걱정 없죠. 장이 안 좋아서라는 건 머리 나쁜 사람들이 생각해낸 유언비어입니다』라는 답을 듣게 된다.

 패러디 「한겨레 21(http://my.netian.com/∼antiys)」 편집장으로 유명한 사이버 저널리스트 김용섭씨도 알고보면 PC통신 출신. 천리안 「캠퍼스저널」의 기자로 일한 적도 있고 하이텔에는 정치소설을 연재했다. 그밖에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게임 「신의 손」으로 주목받는 오명오(천리안 ZPDSOL3)씨,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겸 인기 유머작가 송순규씨(천리안 좋은그림), 군대이야기를 코믹하게 연재해 애인을 군대에 보낸 여성들로부터 팬레터가 쇄도하는 김진태씨(나우누리 메텔) 등도 요즘 떠오르는 「사이버스페이스의 명물」들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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