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전화 단말기를 분실한 가입자들이 많아지면서 단말기없이 번호를 거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단말기만 갖고 있는 사람은 별도의 서비스에 신규 가입하지 않고도 기존의 단말기를 분실한 이동전화 번호를 이용, 이동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단말기 없는 이동통신 번호 거래」는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단말기를 분실했을 경우 가입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고 단말기만 갖고 있는 사람은 신규 가입에 따른 가입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PC통신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PC통신 천리안의 「공짜로 드립니다」 코너에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모두 10여건의 「이동통신 번호 무료제공」 메일이 게재됐다. 서비스 식별번호는 017을 비롯해 016·018·019 등으로 대부분이 단말기 분실로 사용자가 일시정지해놓은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분당에 사는 H씨는 자신이 사용하던 018단말기를 분실, 해지를 하려 하니 의무가입 기간이 지나지 않아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단말기만 별도로 구입하자니 값이 비싸 고민하던 중 번호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PC통신 천리안에 이 내용을 올려 대상자를 찾고 있다.
또 L씨는 016에 가입해 2개월 사용한 뒤 단말기를 분실하자 천리안을 통해 단말기를 갖고 있으면서 번호가 없는 사람을 물색하고 있으며 017을 사용하던 대전의 K씨도 같은 방법으로 명의변경을 원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하이텔에도 이같은 이동통신 번호 무료제공건이 이달 들어 10여건이 게재됐다. 하이텔을 이용하는 K씨는 아예 자신이 사용하던 016 번호를 가져가는 사람에게 3만원의 웃돈을 얹어 주기로 했으며, E씨는 패밀리로 가입한 017 번호 2개를 무료로 제공하고 교통비도 1만원 주기로 하고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특히 E씨는 메일에 「가입비 9만원과 보증보험료 4만원 등 13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자신의 번호를 원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이동통신번호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시중에 중고 단말기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는데다 다른 식별번호로 신규 가입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같이 단말기를 분실한 사람들의 명의이전이 활발해짐에 따라 그동안 서비스 사업자의 직권해지나 단말기 습득 등으로 단말기만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타인의 번호를 무료로 받아 사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단말기를 분실한 사람이 자신의 번호를 타인에게 명의 이전해주는 것은 의무가입기간이라도 괜찮지만 상습적으로 요금을 연체하는 가입자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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