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6개월이 넘도록 숨가쁜 협상을 계속해왔던 LG텔레콤과 영국 브리티시텔레컴(BT)의 전략적 제휴가 마침내 1일 마무리됐다.
물론 핵심내용은 BT가 LG텔레콤의 지분 23.49%를 인수, 제2대 주주로 국내 이동전화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번 양사의 제휴는 BT라는 세계 4위의 거대 통신기업이 국내 재벌랭킹 3위의 LG그룹 계열사인 LG텔레콤에 지분을 참여, 우리나라도 국경을 초월한 거대기업간 글로벌 합작에 본격적으로 다가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통신업계에서 차지하는 BT의 비중이 워낙 막강해 양사 제휴의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한국시장 진출 및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BT와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빅딜을 앞두고 외자유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LG그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양사 발표대로 BT가 과연 23.49%의 지분만을 인수, 경영권과는 무관한 2대 주주로 만족할 것인지의 여부와 인수조건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이날 계약 체결식장에서 BT측이 『추가투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이같은 의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BT가 LG텔레콤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LG와의 지분차이가 약 3%에 불과하고 설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인다 해도 양사의 계약서에 『지분과는 관계없이 경영권은 LG텔레콤이 갖는다』라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벨캐나다로부터 2억5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한 한솔PCS의 경우와 비슷하다.
BT의 인수조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5천2백여억원을 투입, 23.49%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BT와 증자후 자본금이 6천4백억원 가량으로 늘어난다는 LG텔레콤의 설명을 역으로 계산하면 BT가 인수한 LG텔레콤의 주당 가격은 대략 1만6천∼1만7천원선으로 추정된다.
『이 수준이면 적당하다』 『아니다. LG가 너무 헐값에 팔았다』라는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주당 가격 때문이다. 적당하다는 쪽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이동전화사업자 주식이 액면가(5천원)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3백%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고 판 것은 성공이라는 논리다.
반대로 현재의 통신사업자 주식가격은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어 있고 특히 서비스 1년 만에 1백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리딩컴퍼니 가운데 하나인 LG텔레콤의 자산가치를 감안할 때 최소한 2만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무튼 양사의 이해가 일치해 계약이 이뤄진만큼 BT는 CDMA 황금시장인 한국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고, 세계적 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업고 재무구조까지 개선한 LG텔레콤은 이동전화시장의 선두진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택·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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