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한국사회와 정보화" 펴낸 중앙대 전석호 교수

 얼마 전 「한국사회와 정보화(나남출판)」를 펴낸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전석호 교수(43). 그에겐 항상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93년 출간 후 대학가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손꼽혀온 「정보사회론」의 저자로, 신문방송학계의 소장파 교수들 사이에선 「뉴미디어 이론의 대부」로, 그리고 학생들에겐 틈만 나면 디지털 마인드 확산을 강조하는 「정보화의 전도사」로 통한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연구실에서 만난 전 교수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참 별난 교수」였다. 청바지에 곤색 티셔츠를 입은 그에게선 흔히 우리사회의 교수들에게 배어 있는 「엄숙주의」라고는 읽어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명문 남가주대 아넨버그스쿨(Annenberg School)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32세의 젊은 교수로 첫 강의를 맡았던 87년부터 중앙대 캠퍼스에서 「맨발에 청바지, 슬리퍼」는 전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강단뿐 아니라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에도 이런 차림으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별난 교수」가 펴낸 신간 「한국사회와 정보화」는 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과 꼭 닮아 있는 책이다. 전 교수 자신도 「도서관보다 커피숍이나 지하철에서 앉아 편하게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소개할 정도.

 『심각하게 한줄 한줄 기억할 필요없는 내용이죠. 페이지가 펼쳐지는대로 술술 읽어내려가면 됩니다. 「정보사회론」처럼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 책이 아니거든요. 정보화의 물결이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이벤트, 이사람 저사람의 생각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제가 한두마디 주석을 다는 식입니다. 그러니 독자들도 저자와 대화를 나누듯 중간중간 자기 생각을 엮어가며 읽으면 그만이죠.』

 제1부 「정보화의 실체」부터 「방송의 과제」 「통신과 컴퓨터의 융합」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을 거쳐 마지막으로 「뉴미디어의 미래」까지 목차만 보면 언뜻 딱딱한 교재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에세이처럼 쉬운 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의 명저 「정보사회론」이 학문적인 깊이와 무게로 학생들을 사로잡았던 텍스트라면 이 책은 그저 보통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적에 가깝다.

 「한국사회와 정보화」는 전 교수가 지난 10년간 라디오와 TV 출연, 신문과 잡지 기고, 강연회와 토론회에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담론들을 고스란히 채록(採錄)한 책이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사회의 정보화 환경도 많이 바뀌었지만 수정이나 편집은 일부러 삼갔다. 독자들이 정보사회의 물결,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플라톤의 정원에서 철학을 얘기하듯 전 교수의 방에 앉아 정보화와 뉴미디어에 대해서 얘기하는」 기분이 든다.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갑자기 연애학 개론을 얘기하고, 디지털TV의 미래상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 슬그머니 록음악으로 말머리를 돌리는 평소 스타일처럼 그의 글은 이렇다할 경계없이 대중문화와 학문탐구를 넘나든다.

 한때는 사진에도 빠져보고 영화에도 미쳐보고 대학시절엔 가수 양희은·서유석과 하숙방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전 교수. 「한국사회와 정보화」는 시·소설·그림까지 섭렵해가며 대중문화와 어깨를 부딪치고 살아왔기 때문에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얘기도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는 그의 매력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만일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면 언제든 그리고 누구라도 여기에서 편하게 만날 준비가 돼 있습니다』고 말하며 전 교수는 연구실을 나선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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