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초능력과 과학정책

 지난 4월 기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공청회가 열린 적이 있다. 그 취지는 기에 관한 한 우리가 종주국이 되고, 기에 관한 새로운 응용기술을 개발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21세기형 생존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지원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또 10월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는 「정신과학진흥육성법」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과학기술인 기 과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는 게 주된 입법취지다.

 들리는 바로는 상당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 기공사를 특별히 초청, 기공시범도 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는 기라는 에너지에 대해 심오한 지식은 없으나, 이것이 지금 밝혀지기에는 아직 현대과학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를 통해 초능력을 보이는 많은 시범이 엄밀한 실험환경에서 재현했을 때 예상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초능력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유리 겔러도 마술사가 참석한 시범에서는 거의 모두 실패했으며 지금에 와서 그의 정체는 완전히 드러난 상태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그는 최근 미국 정부에 『자신의 초능력을 활용해 화성에서 고장을 일으킨 우주선의 한 부속품을 지구로 옮겨주겠다』는 제의까지 공개적으로 하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즐기는 「고장난 시계 고치기」 수법은 이미 75년 시카고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마술사인 밀번 크리스토퍼가 써먹은 낡은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십만여 명의 시청자가 가지고 있는 고장난 시계 중에 30∼40개는 고장난 것이 아니라 동력(태엽이나 전지)이 거의 소진해 일시 정지된 시계이므로 이를 기합소리와 함께 세차게 흔들어주면 1분 동안은 족히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리 겔러도 톱니바퀴가 빠진 시계는 결코 고치지 못했으며, 이러한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시계는 항상 초능력 시범에서 제외했다.

 기의 작용이 우리의 일상적인 지식으로 이해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상 과학기술로 대접받고 국민의 세금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좀 더 많은 객관화 작업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 기의 응용이 실제로 어떤 우월함이나 경제적인 실익이 있는지 객관적이고 공평한 조건에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주위의 시선이 기의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 초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사실 초능력이란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그 정체가 밝혀진 「손가락으로 글읽기」 「염력으로 나침반 돌리기」 「투시하기」 등이 뒤늦게 국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세태다. 특히 이런 초능력을 가르친다는 이름으로 수강료를 받는 것은 권장하기 힘든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기공의 힘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아직 10원 짜리 동전 하나를 단 10㎝ 높이로 올리는 시범도 보지 못했다.

 선진국에서 공중에 마구 쏘아올리는 인공위성의 능력에 대해서는 대수롭게 생각지 않으면서, 겨우 몇 그램의 물체가 염력으로 이동하는 사실에 몰두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말 기공이 뛰어난 초능력자가 있다면 액체연료의 로켓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정지궤도에 위성을 올려보내는 실용적이고 애국적인 능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부산대 전자계산학과 교수〉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