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창고형 할인점 "가격파괴" 맞대응 전략 고심

 「창고형 할인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마크로(월마트)가 대우전자 29인치 TV를 로스리더 상품으로 삼아 본격적인 시장공세에 나선 이후 가전 3사의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고민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월마트와 E마트 같은 창고형 할인점이 특정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로스리더 제품(미끼상품)을 계속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창고형 할인점을 포함해 양판점이 판매하고 있는 가전제품 내수판매 비중은 8%선이다. 판매실적만 두고 보면 무시해도 좋을 만하다. 그러나 창고형 할인점의 로스리더 상품으로 가전제품이 활용되면서 기존 유통체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게 문제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각 창고형 할인점에 맞는 상품 차별화를 검토하고 있다. 상품을 차별하지 않고서는 기존제품이 로스리더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로스리더 상품 차별화는 결국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 각사가 일부 수출 모델을 창고형 할인점용 모델로 전환하면 초저가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TV나 백색 가전제품의 경우 수출모델이 대부분 소형 제품이어서 25인치 TV나 10㎏급 세탁기, 5백ℓ급 냉장고 이상 제품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 원가절감 능력이야 수출시장 개척과정에서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소량에 불과한 창고형 할인점 공급을 위해 금형을 다시 만드는 등의 투자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축소한 제품 개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전업체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기존 가전제품 가격 체계상 창고형 할인점용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가전업체들은 IMF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자 앞다퉈 IMF모델을 내놨다. 이미 각사에서는 제품별 두세 가지 IMF모델을 내놓고 있는데 이들 제품가격이 기존 모델보다 20∼50% 가까이 낮게 책정돼 있다. 29인치 TV의 경우 과거 주력모델이 1백20만∼1백50만원대였고 보급형 모델도 70만∼80만원대였지만 IMF모델은 50만∼60만원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창고형 할인점용 모델은 IMF 제품보다 싸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월마트와 E마트가 지난달 내세운 30만원대 29인치 컬러TV 만큼은 아니더라도 40만원대 제품을 내놔야 하는데 손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이의 실현은 어려운 실정이다.

 IMF모델 자체가 기존모델의 기능을 대폭 줄인 것이기 때문에 가전사들은 「뼈대만 남긴다」는 선에서 절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월마트와 E마트 등 창고형 할인점들이 가전제품을 고객유인 제품으로 내놓자 일부에서는 창고형 할인점들이 「가전업체 길들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하튼 이유를 불문하고 제품 판매가격으로 인해 일선 유통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사 유통망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전사들의 입장은 어떤 형태로든 창고형 할인점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창고형 할인점 전용 모델이 출시될지, 또 출시되면 어떤 가격이 책정될지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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