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암호제품 수출규제 완화 어디까지 왔나

 전자상거래(EC)와 관련한 표준화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암호제품 수출정책이 최근 들어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6년 12월 암호제품의 수출규제 완화조치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금융기관과 미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1백28비트 암호제품의 수출을 허용하는 등 일련의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적인 확인은 없었지만 최근 「컴퓨터월드」의 「56비트 암호제품에 한해서는 키 복구기능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보도내용은 미국이 사실상 암호제품의 수출에 관한 규제를 푸는 조치라는 예측마저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등에서도 1백28비트 암호제품의 사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민간분야 암호제품의 수출입이 자유화되는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는 국내 보안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호제품 수출과 관련, 미국이 그동안 취해온 일련의 조치를 감안하면 이는 성급한 판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지난 96년 12월 암호제품의 수출통제권을 기존 국무부에서 상무부의 수출관리국(BXA)으로 이관, 기존 40비트 암호제품만이 수출가능했으나 올해말까지 2년 동안은 최대 56비트까지 암호제품의 수출을 허용했다.

 이때 발표된 주요 내용은 △1997년 1월1일부터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최대 56비트 암호제품 수출이 가능하고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키 복구기능을 정부에 제공하겠다는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키 복구대책이 마련된 제품은 키의 크기에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고 △99년 1월부터는 키 복구기능이 없는 40비트 이상의 암호제품 수출은 금지되고 이미 수출된 제품에 대해서는 키 위탁을 강제한다는 등이다.

 이같은 수출규제 완화정책의 연장선에서 지난 7월 미 상무부 장관은 전세계 금융기관에 한해서는 1백28비트 암호제품의 수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수출허용 대상국가는 자국내 돈세탁 방지를 위한 관련법안 등이 마련돼 있는 45개국에 제한됐다.

 물론 국내의 경우 해당사항이 없어 여전히 수출규제 대상국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미국의 암호정책이 단순히 EC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치가 아니라 자국내 보안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56비트를 초과하는 암호제품에 대해 키 복구기능을 강제하는 것은 미 행정부가 여전히 암호제품에 대한 원천적인 해독키를 갖고자 하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56비트 이하의 암호제품은 키 복구대책 없이도 누구나 해독이 가능해 이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미 행정부의 관행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산업의 자율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같은 미국의 암호제품 수출규제 정책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에서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1백28비트 암호제품의 사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국내에서도 미국 등 선진 보안제품의 수출여부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라 자체 암호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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