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화이트미디어 이상협 사장

 일반적으로 명문대학 입학은 앞으로의 성공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하는 보증수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자녀의 대학입학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이는 고액 불법과외로 이어져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해 왔다. 오죽하면 지성의 상징인 서울대 총장마저 자녀에게 과외를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면직되는 사건이 발생했을까.

 이러한 뿌리깊은 사회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컴키드」가 이번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나이도 몰라요, 학벌도 몰라요(김영사)」라는 책을 펴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인 「칵테일」을 개발한 데 이어 「하이트미디어」라는 소프트웨어 하우스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이상협 사장.

 올해 19살로 국내 최연소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는 이 사장이 이공계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엘리트 코스로 통하는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입학 특전을 뿌리치고 위험천만한 벤처기업을 설립하게 된 용기(?)는 기성세대의 잣대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는 『WTO체제로 세계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에서 4년 동안 남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또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사업도 일찍 시작할수록 기회가 많다』고 말하는 그의 답변은 언제나 명쾌하고 또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그는 제도권 교육에는 적응하기 힘든 학생이었다. 초·중·고 학창시절 12년 동안 행복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학교는 절대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상대가치의 세계다. 학교에서 쓸모있는 사람은 성적을 올리는 학생이고, 가장 가치있는 일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대학은 의미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가 가장 하고 싶은 것,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인 컴퓨터가 있었다. 밤을 새워 프로그램을 짜고 학교에서는 눈을 뜨고 조는 그에게 항상 「문제아」 「꺼벙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고등학교 성적은 전교 4등에서 반 46등을 넘나들었다. 꼭 대학을 가야 한다던 어머니는 3년 전쟁 끝에 고집을 꺾었다. 그의 고등학교 마지막 성적표는 체육만 「양」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였다.

 고3 가을, 전국 컴퓨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바람에 그는 과학기술원 특례입학 자격을 얻었으나 프로그램 상품화를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회사를 차렸다. 학교 가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각종 신경성 질병에 시달렸다는 이 사장. 그는 「졸업」을 해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일만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마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의 아버지는 「자식의 단점을 절대로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식의 좋은 점, 장점만을 보려 하고 자식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믿어주고 밀어주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쾌히 「학교 가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허락했다. 그래서 그의 집 3남매는 아무도 개근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또 시험기간이라도 TV에서 좋은 영화가 나오면 어김없이 자식들을 불러내서는 영화를 보라고 부추겼다. 영어단어 몇 개 더 외우는 것보다 좋은 영화 한 편 보는 게 더 큰 공부라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간섭하지 말고 사랑만을 충분히 주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아이들이 다 알아서 잘 자라게 돼 있다.」 이 사장은 이러한 독특한 자녀 교육관을 갖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뭐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 반면 그의 어머니는 대학만은 꼭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갈등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아들이 대학가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는 누구보다 화끈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결석한 아들 대신 등교해서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지금 컴퓨터 공모전에 낼 프로그램을 짜고 있으니 사정 좀 봐달라고 간청했다. 이 사장 뒤에는 이처럼 그에 못지 않은 괴짜 가족들의 사랑과 세상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일궈온 그들의 거꾸로 사는 법이 있었다.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그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제도권 교육에 대한 비판, 가정교육의 올바른 길, 벤처기업의 육성방향 등 의미심장한 메시지들을 읽을 수 있다.

 또 성적·학벌·나이 등 사회의 온갖 편견을 넘어 자기만의 왕국을 세운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괴짜」들을 키우고 창의성을 북돋우는 참교육의 길에 대해서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높은 인기는 발간 1개월만에 3판(1만5천부)을 찍는 등 빠르게 확대되는 판매부수에서도 읽을 수 있다. 또 이 사장은 책을 출간한 후 독자들로부터 하루 평균 10통 정도의 편지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개발한 「칵테일」 프로그램도 국내외 시장에서 책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기를 기대해 본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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