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전자민주주의" 세계대회

 요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 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96년 전자민주주의연구회가 설립한 가상정당 「사이버파티」나 올해 개원한 「사이버국회」 역시 그러한 논의가 벌어지는 인터넷 상의 아크로폴리스들.

 사이버파티 사무국장으로서 필자는 지난달말 체코에서 열린 제1회 직접민주주의 세계대회(8월 25∼27일)에 초청받았다.

 이 행사는 인터넷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결성된 미국주도의 사이버 학술단체인 「TAN+N(Teledemocracy Action News+Network)」이 주최한 대규모 토론회. 전자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석학들과 각국의 인터넷 민주주의 운동 실무자들이 한데 모여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실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필자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텔레데모크라시의 몇가지 화두를 소개하고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대의민주주의제 하에서 직접민주주의 실천방안」이라는 주제는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국가별로 민주주의의 발달단계가 달라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학술적인 표현을 빌려 결론을 말하자면 「대의민주주의 개선 및 직접민주주의 촉진」이라는 일종의 조합형 의제가 채택됐다.

 두번째로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전자민주주의에 관련된 제반 쟁점들이었다.

 「미국 라신 카운티의 ETM(Electronic Town Meeting)」 「핀란드의 지방정부인 쿠오레베시의 전자민주주의 실천사례」 등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사이버 민주주의의 모범답안으로 손꼽혔다.

 한편 우리나라의 「사이버파티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전자민주주의가 전 국가적 차원의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기에는 회의적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정치참여를 위한 방편이자 대중적인 여론수렴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라면 전세계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50여명의 직접민주주의 실천운동가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임으로써 형식적인 국제회의의 틀에서 벗어난 동지적 연대와 애정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참석자들 모두 텔레데모크라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구촌의 사이버 아크로폴리스 시대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길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 뜻깊은 행사였다.

〈원생묵 사이버파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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