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고속통신서비스로 초고속정보통신망(ISDN: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과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가운데 어느 것을 주력 상품화할 것인지를 놓고 적잖은 고민에 빠져있다.
ISDN을 활성화하려면 ADSL의 상용서비스 요금을 높게 책정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ADSL시장 진출을 노리는 다른 사업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ISDN시장을 포기하거나 가격을 무작정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시장을 포기하기엔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그 대신 ADSL시장이 기대만큼 커지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ISDN은 전화선에 디지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 전화와 데이터통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 전화를 이용할 경우 64Kbps, 데이터통신만 이용할 경우에는 최고 1백28Kbps의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디지털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교환기를 거치거나 변·복조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지는 56Kbps 모뎀에 비해 체감속도가 4∼5배에 이른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ISDN은 최근 인터넷·PC통신 등 데이터통신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통신은 고속인터넷서비스를 위한 대안으로 ISDN을 적극 보급한다는 계획아래 지난 96년부터 교환기 교체 등 지속적인 투자를 벌여왔다. ISDN 가입을 받을 수 있는 전화국을 서울지역 49개를 포함, 전국 3백50개 전화국으로 확대했다. 또 내년 4월까지 ISDN 가입자 회선은 46만개, ISP들의 1차군 접속회선은 9백25개로 늘리기로 했다.
ADSL은 기술상으로만 보면 ISDN보다 한수 위다. 국제적으로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고 전화국내 3㎞ 이내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송속도는 데이터를 내려받는 하향속도가 2∼9Mbps, 데이터를 올리는 상향속도는 16Kbps∼1.5Mbps에 이른다. 광케이블 등 별도의 통신시설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이 때문에 대형 통신사업자들이 속속 상용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통신도 ADSL망 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다음달부터 서울과 부산지역 1천명을 대상으로 DMT(Discrete Multi-Tone) 방식의 고속인터넷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또 내년초에는 본격적인 상용서비스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내 이용자들로서는 아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고속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요금이다. 서비스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경제성이 떨어진다. 특히 서비스 초기일수록 가격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보급률의 차이가 크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은 내년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ADSL 요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많다.
ADSL은 서비스 성격상 정액제를 채택해야 하는데 이 요금이 적정선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ISDN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ADSL 요금이 7만원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ISDN서비스와 경쟁상품으로 부상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은 일찍부터 이 문제의 대안으로 정액제를 내놓고 있다. 이전부터 ISDN 가입자들은 1백28Kbps의 속도를 이용할 경우 전화요금의 2배를 물어야 하는 데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 때문에 ISDN의 보급확대를 위해서라도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왔다.
그러나 한국통신은 ISDN을 이용할 경우 전화를 함께 쓰기 때문에 전면적인 정액제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의 대안으로 정액제와 종량제를 절충하는 반정액제가 검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용자들은 전화번호 변경 등 ISDN 이용에 따른 어려움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요금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통신 마케팅전략팀 박래안 팀장은 『각 상품이 경쟁상태에 있어 요금정책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밝히면서 『다음달 중으로는 각 상품의 요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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