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생체측정학 기술동향

 생체측정학(Biometrics)은 개인의 신분을 인식하기 위해 신체적 또는 행위적 특징(physiological or behavioral characteristic)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각 특징의 인식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음을 내포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체적 특징의 예로는 지문, 얼굴, 망막의 혈관패턴, 홍체, 손목 또는 손등의 정맥 분포패턴 등이다. 행위적 특징으로는 서명, 성문(음성) 등이 있다.

 생체측정학을 이용해 개인식별 또는 인증을 자동으로 해주는 장치를 생체측정시스템(바이오메트릭 시스템)이라 한다. 이 장치는 사회구조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됨에 따라 인력의 효율적인 관리, 보안을 위한 출입관리 및 정보관리 등으로 응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계에서는 개인식별을 위한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의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시티뱅크·아메리카뱅크 등은 최근 인터넷을 통한 대금지불에 디지털 인증(certificate) 방법으로 바이오메트릭 데이터의 상호교환을 약속했다.

 기존 출입제어시스템은 마그네틱카드를 이용한 카드키 시스템과 RF신호를 이용한 카드키(proximity card)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카드나 키를 이용한 보안시스템은 분실 또는 고의적 양도에 의한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특징을 이용한 개인식별시스템은 그 잠재수요가 매우 크다. 선진국에서는 금융단말기, 국가보안시설 등의 출입제어(access control)용을 중심으로 바이오메트릭 시스템의 수요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PC, 노트북 컴퓨터의 사용자를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 업계가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단계여서 몇몇 전문 업체들을 중심으로 바이오메트릭시스템 개발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일반적인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은 응용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동작모드를 갖는데 하나는 특정 사용자의 데이터가 입력되었을 때,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모든 사용자정보를 이용해 입력된 데이터가 누구의 것인지를 확인하는 인식(Identification)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본인의 사용자번호(PIN: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를 입력했을 경우 입력된 데이터가 본인의 정보와 일치하는 지를 검증하는 인증(Verification))모드이다. 이 두 가지 모드는 장치의 응용분야에 따라 결정된다. 사용자 수가 비교적 소수이거나 범죄수사를 위한 지문인식 등과 같은 응용에서는 인식모드를 사용하기도 하나 일반적인 보안용 출입제어 또는 근태관리 등과 같은 응용에서는 보안수준과 장치의 요구성능 등과 같은 이유를 감안해 PIN번호를 결합, 인증모드로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의 성능은 시스템의 인증에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장치응용분야가 보안과 관련된 만큼 인식오율로 결정된다. 인식오율은 등록되지 않은 사람을 등록된 사용자로 오인하는 오인식률(FAR:False Acceptance Rate)과 등록된 사용자를 거부하는 오거부율(FRR:False Rejection Rate)로 분류된다. 보안용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이라면 FRR보다는 FAR 성능이 중요하다. 오거부된 경우 사용자가 다시 인식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일단 오인식이 되면 보안시스템으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바이오메트릭 시스템은 사용자로부터 등록시 추출되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특징집합과 해당 사용자가 인식을 시도할 때 얻어진 특징집합과의 정합(matching)이 어느 정도의 수준일 때(이 수치를 threshold라 한다) 이를 본인으로 인식하게 하는지를 일반적으로 파라미터로 설정한다.

 모든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들을 갖추어야 한다. 요구되는 인식오율, 사용자 편의성, 사용자에 의한 거부감의 최소화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인식속도도 중요한 성능요소이지만 이는 최근의 하드웨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대부분의 경우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요소이다.

 개인식별을 위한 지문인식은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수단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각각 다른 지문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통계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특히 지문은 범죄수사와 관련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으며 미국에서는 약 1백년전 한 증권사가 고객금고의 출입제어용으로 처음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문은 범죄수사와 관련된 이미지 때문에 보편화가 늦어지다가 최근 디지털 하드웨어기술과 광학기술의 발전으로 잉크가 필요없는 지문영상 스캐너의 개발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민등록증의 발급시 지문을 채취하므로 지문인식기술이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며 구미에서도 지문이 안정적인 개인식별수단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시티뱅크 등 대규모 금융기관은 자사의 무인금융단말기(ATM)에서 고객인증용으로 지문인식시스템을 받아들였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문인식을 위한 알고리듬으로는 많은 방법들이 제안돼 있다. 그 중에서도 입력지문영상에서 잡영 등을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과정을 거친 후 지문 융선을 세선화한 다음, 융선의 분기점, 끝점, 끊어진 점 등으로 구성되는 특징점(minutiae로 총칭함)의 위치와 그 속성(attributes)을 저장하고 비교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변환공간(Fourier, Wavelet 등)에서 특징을 비교하는 방법, 신경회로망 또는 퍼지논리를 쓰는 방법 등이 있으나 계산상의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특징점 사용이 보편적이다. 지문을 이용한 바이오메트릭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지문영상을 얻기 위한 스캐너이다. 현재 사용되는 광학스캐너는 프리즘, 조명, CCD 카메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소자들의 기본적인 부피가 있기 때문에 스캐너의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베리디콤(Veridicom)사에서 반도체 칩형태의 CMOS 지문 스캐너를 개발, 올해말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칩 지문스캐너는 크기가 1.5×1.5㎝로 기존의 광학스캐너로는 힘들었던 새로운 응용분야에의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노트북이나 PC의 키보드 등에 내장돼 패스워드 대용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MS 윈도와의 표준 인터페이스가 마련돼 윈도의 각 디렉토리별 패스워드를 지문인식으로 대신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반도체 칩스캐너가 보편화된다면 기존의 광학스캐너는 부피 및 가격적인 측면에서 급격히 도태되리라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현재 한 업체에서 자체 특허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칩스캐너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베리디콤사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망막 및 홍채인식시스템도 바이오메트릭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인간 눈의 망막 혈관 분포패턴과 홍채(눈동자 주변의 조리개)에 분포한 무늬모양은 그 패턴이 복잡해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것이다. 망막의 정맥패턴을 이용한 시스템은 인식을 위해 눈을 카메라렌즈에 바짝 붙여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대중화에 다소 힘든 점이 있지만 성능 면에서 FAR가 매우 낮은 장점이 있다.

 눈의 동공 주변에 위치한 홍채(Iris)의 무늬패턴을 이용한 시스템은 카메라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도 줌렌즈를 통해 대상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홍채인식시스템이 망막혈관분포를 이용한 시스템보다는 사용자 편의성면에서 탁월하고 또한 보안수준도 높게 유지할 수 있어 대중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를 것으로 보인다. 홍채 또한 지문 등과 같이 유아기 때 한번 형성되면 그 무늬의 패턴이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일생을 통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훌륭한 바이오메트릭 수단이다. 그러나 홍채인식기술은 미국의 아이리스캔(IriScan)사가 이와 관련된 대부분의 특허를 독점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독자적인 개발이 힘든 상태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홍채인식기술의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사용자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사용자의 눈 위치를 자동적으로 추적해 홍채무늬 패턴을 읽어내는 장치에 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홍채인식기술도 미국을 중심으로 은행의 무인 ATM 또는 PC에 설치하여 인터넷 사용자인증 등의 신원확인용으로 서서히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을 이용한 개인식별기술로는 손의 3차원 형상을 이용한 기술과 손등 또는 손목의 정맥패턴을 이용한 기술 등이 있다. 손의 형상을 이용하는 시스템으로는 미국 레코니션시스템사의 ID3D HandKey시스템이 있다. 손을 이용한 시스템은 지문이나 눈을 이용한 시스템보다 좀더 열악한 환경(건설현장, 야외)에서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나 인식오율 면에서 여타의 방법보다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고가임에도 사용되고 있다.

 손등의 정맥패턴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각각 차이가 있어서 쌍둥이들도 그 패턴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이용한 개인식별시스템은 비교적 저가의 카메라를 이용, 손등의 피부로부터 인식이 충분할 정도의 정맥패턴을 추출할 수 있는 알고리듬 개발이 관건인데 최근 우리나라 비케이시스템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적외선 조명 및 필터를 사용해 외부광원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피부 및 혈관의 밝기 대비를 최대화한 다음 입력된 디지털영상에 공간필터링기술을 이용, 정맥분포정보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때 사용하는 적외선 광원은 도어폰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9백50㎚파장의 LED를 이용한 것이어서 인체에는 전혀 무해한 수준이다. 손등의 정맥인식시스템은 지문인식시스템에서 느끼는 사용자 거부감이 별로 없으며 습기에 의한 오동작 확률이 거의 없다.

 또 손의 형상을 이용한 시스템의 단점인 반지 착용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등에 의한 사용장애가 없어 지문인식시스템과 함께 바이오메트릭시스템 시장에서 경쟁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바이오메트릭 개인식별시스템 종류 외에도 많은 기술들이 현재 상용화 또는 개발되고 있다. 지문인식시스템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문인식기술, 상용화 초기단계에 있는 얼굴인식기술, 부분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성문인식기술, 그리고 주먹을 쥐었을 때의 형상을 토대로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 등이 있다. 이들 각각의 시스템은 고유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응용분야에 따라 각 기술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살린 형태로 발전되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향후의 기술은 잠재 시장이 매우 큰 지문인식기술과 손을 이용한 개인식별기술을 위주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최근의 특별한 변화는 기존의 광학 지문스캐너를 대치할 수 있는 반도체 지문스캐너가 개발됨에 따라 지문인식기술의 새로운 응용분야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국내기술로 처음 개발된 손등의 정맥패턴인식기 또한 향후의 시장 적응속도를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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