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관객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남한사람들은 돈을 버는데 혈안이지만 국가경제는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북한은 악의 소굴」이라는 인상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왜곡된 시각은 대표적인 대중문화상품인 영화에 담겨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영화계가 양산하는 블록버스터(대작영화)들은 전세계에 깊고 넓게 배급되고 있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전파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로 전락했다지만, 아직 세계 11위권의 무역대국으로 그에 걸맞는 문화상품 소비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부문은 미국 할리우드와 거의 동시에 개봉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일 정도다. 그만큼 규모있는 영화 수입·소비국가인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영화에 한국을 의식한 소재와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그 예로 토미 리 존스와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한 「도망자2」에는 미국의 남한 방위전략을 팔아넘기려는 CIA의 음모를 영화 전반에 걸쳐 배경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여러 외국영화들에서 나타나는 한국·한국인에 대한 시각만큼은 웃어넘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최근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택시」는 한국의 경제파탄을 비꼬았다. 한국 경제사정이 어려워져 유학생들이 2교대 24시간 택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택시의 트렁크를 잠자리로 삼아 교대로 수면을 취하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조차 곧 폐차될 것만 같아 두 한국인 유학생들이 더욱 궁색하게 그려졌다.
역시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미국영화 「스폰」에는 도입부에 북한의 비밀 화학무기공장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악마와의 계약을 맺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북한이 악마가 함정을 파기에 적당한 장소로 이용됐다.
보다 심한 경우로 마이클 더글러스가 주연한 「폴링다운」은 아예 한국인을 「무식하고 돈만 알며 영어가 서툰 인간들」로 묘사해 수입이 제지됐던 사례까지 있다.
이러한 외국 영화제작인들의 한국에 대한 무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올여름 화제작이었던 「고질라」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국산 참치캔을 일본제품으로 잘못 알고 클로즈업했던 것이다. 그만큼 한국은 외국사회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박세리와 박찬호라는 걸출한 스포츠스타가 나라의 자랑으로 여겨지고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홍보 광고에 출연하는 등 한국알리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외국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대중적인 이미지까지 바꾸어 놓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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