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반도체.부품장비] 국내 반도체업계 설비투자 동향

올해초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98년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규모가 15억5천만달러로 전년대비 50% 이상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1억5천만달러 규모를 기록한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이 올해 들어 IMF 여파로 국내 반도체업계의 투자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설비투자가 절반 수준 이하로 감소, 사상 최대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더욱이 올해 반도체 장비의 국내 생산량은 4억3백만달러 정도에 그쳐 지난해 6억8천7백만달러보다 41% 가량 줄어들고 장비 자급 비중도 18%선에서 14%대로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반기가 지난 현재 국내 반도체 시장 상황은 이러한 보수적인 예측치에조차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투자계획 상당부분이 자금난과 반도체 시장 불안정으로 연기 또는 보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현대전자·LG반도체 등 국내 주요 장비 수요업체 대부분이 최근의 금융위기를 이유로 올해 설비투자를 절반 이하로 크게 줄이는 한편 해외투자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보류하기로 하는 등 초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반도체 일관가공라인(FAB) 사업에 뛰어든 아남산업이 2차공장 건설을 무기한 연기한데다 미국 IBM사와 기술제휴로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분야에 진출하기로 했던 동부그룹의 투자계획 역시 최근의 경제사정 때문에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더욱이 2백56MD램 생산을 위한 3백㎜ 웨이퍼 대응 반도체 장비 도입시기가 1∼2년 이상 연기되면서 2000년경에나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64MD램에서 2백56MD램으로 전환하는 중간단계로 1백28MD램 양산을 추진중이며 실제로 국내 소자업체들도 올해부터 이에 대한 보완투자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장비 산업의 숨통을 엷게나마 틔워주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규모 설비투자에 대한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국내 소자업체들의 움직임은 현재의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다음 세대 공정용으로 개조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추가 설비투자 없이 기존 64MD램 생산설비로 2백56MD램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 등이 바로 이같은 공정개선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가 앞으로 시장성패와 직결되는 반도체 업종의 속성상 공정개선을 위한 설비투자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이다. 특히 64MD램 가격이 1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율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는 발등의 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어려운 자금 상황에서도 차세대 설비 투자방안을 짜내느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기흥 연구동에 2백56MD램 3세대급 이상의 고집적 반도체 제조에 적용가능한 3백㎜ 웨이퍼 대응 파일럿 라인을 하반기까지 건설하기로 하고 최근 본격적인 장비 도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기존의 16M·64MD램 연구설비를 개조, 클린룸과 가스 공급 관련장비를 이미 설치했으며 오는 4·4분기까지 3백㎜ 웨이퍼용 화학증착(CVD)장비와 고속열처리(RTP)장비 같은 주요 핵심장비도 본격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파일럿 라인 건설에 투자할 금액은 총 4천만달러 가량.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역시 0.25미크론 이하 초미세회로 공정용 장비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현대전자·LG반도체 등 국내 주요 소자 생산업체들은 유력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 장비 외상구매 협상이 거의 성사 단계에 와 있으며 스테퍼·화학증착장비(CVD) 등 주요 핵심 장비에 대한 주문계획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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