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반도체를 합병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쏠려 있다.
현재 두 회사 관계자들은 긴장감 속에서 『반도체 합병에만 신경 썼을 뿐 LCD사업에 대해선 검토하지 못했다』고 밝혀 TFT LCD사업의 향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선 두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이같은 향방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G반도체의 경우 LG전자와 LCD 생산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의 합병으로 인해 LCD사업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LG전자 관련 고위층들은 디스플레이사업을 승부사업으로 보고 육성키로 한 데 따라 LG측은 LCD사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반도체의 합병으로 인해 LG반도체의 LCD사업은 자연스럽게 LG전자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반도체가 투자한 비용을 전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문제는 수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비용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전자가 조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LG반도체 입장과 달리 현대전자는 현재 TFT LCD사업을 분사화시키기로 한 당초 계획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여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분쟁의 소지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서야 TFT LCD사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합병보다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현재 반도체와 함께 두 회사의 LCD사업을 합병시키거나 현대보다 한발 앞선 LG에 LCD사업을 흡수합병시키는 방안은 별로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LCD사업을 합쳤을 경우 생겨날 긍정적인 측면은 당장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맞먹는 월 40만∼50만장(12.1인치기준)의 설비능력을 갖게 돼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한 업계내 가격 조정 및 물량의 수급조절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절대규모 증가에 따른 구매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두 회사의 생산공정이 크게 달라 시너지효과가 감쇠될 뿐만 아니라 라인 및 공정효율화를 위한 투자비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생산물량의 급격한 증가가 판매로 연결되기 쉽지 않고 특히 기존 적자사업끼리의 합병으로 투자재원 조달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이한 사풍으로 노사갈등의 문제와 여러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생겨난 비효율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두 회사는 TFT LCD사업을 독자적으로 전개하면서 외국업체와 제휴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FT LCD사업에는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용되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독자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전자는 당초 계획대로 TFT LCD사업을 분사화하며 LG반도체는 전자로 이관되면서 두 회사 모두 외국업체로부터 자본을 유치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TFT LCD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포함됐다가 제외된 적이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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