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LG그룹이 현대전자 반도체 부문과 LG반도체를 합병, 단일법인 형태의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세계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생산규모를 가진 자본금 약 2조7천억원 규모의 거대 반도체 회사가 탄생, 국내 반도체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LG반도체 합병회사 양사체제로 개편될 전망이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3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갖고 반도체를 비롯해 발전설비 및 선박엔진·항공산업·자동차·철도차량·정유·석유화학 등 7개 과잉중복투자 업종에 대한 「주요 그룹 사업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마련, 각 해당기업간 양해각서를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반도체업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양사가 일원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합병 형식이 유력시되며 항공기·철도차량·석유화학 업종은 컨소시엄 형태로, 발전설비 및 선박엔진은 사업양도 형태로 각각 추진키로 했다.
업종별 사업구조조정 합의내용을 보면 현대와 LG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반도체 업종의 경우 현대전자 반도체 부문과 LG반도체가 일원화를 위한 지분비율을 계속 논의하기로 하는 선에서 합의됐다. 항공업종은 삼성항공·대우중공업 항공사업본부·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해 별도 독립법인화한 후 외국자본을 유치해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로 합의했으며, 발전설비업종은 현대중공업과 한국중공업의 발전설비를 일원화하되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철도차량은 현대·대우·한진 등 철도차량 3사가 통합해 별도 독립법인을 신설한 후 외국자본을 유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5대 그룹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원칙에 합의한 이후 3개월 만에, 전경련 사업구조조정 태스크포스가 구성된 지 한 달 만에 5대 그룹 구조조정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전경련은 이번 안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우리나라 반도체업체의 경우 현재 1, 3, 6위인 세계시장 점유율이 1, 2위로 오르게 돼 확고한 선두기업으로 자리잡게 될 뿐만 아니라 공급물량 조정을 통해 채산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외자유치와 과당경쟁 해소, 부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난해 말 3백88.4%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줄여 자금조달난 해소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과 5대 그룹은 이같은 합의안을 근거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유지할 수 있도록 부채 일부를 우선주 형태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외국자본을 유치, 매각하는 방안이 시행되도록 지원해 줄 것을 정부와 금융권에 건의했다.
정부도 국가경제 회생 차원에서 5대 그룹이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정부에 제시하고 지원을 요청할 경우 금융·세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자원부는 5대 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것에 대비, 이미 세제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을 재정경제부에 요청한 상태며, 올 정기국회에 제출될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안에 5대그룹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이 반영되도록 관련부처와 협의중이다. 또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금융지원방안으로 부채를 탕감하거나 대출금 출자전환, 대출금 상환계획 조정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5대 그룹 7개 과잉중복투자 업종의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5대 그룹외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구조조정 특별위원회」를 전경련내에 상설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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