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백색가전사업에 대한 향방이 또다시 가전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 백색가전사업을 기존 3개 사업부에서 2개 사업부로 축소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백색가전사업의 매각 및 합작사 설립에 대한 소문이 재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백색가전사업부문 중 세탁기사업부와 전자레인지사업부를 올초 리빙사업부로 통합하고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에어컨사업부를 냉기사업부로 흡수 통합해 리빙사업부·냉기사업부 등 2개 사업부 체제를 구축한 것. 삼성전자는 앞으로 두개의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와는 별도로 백색가전부문 생산인력도 줄이면서 생산인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근로자파견제를 도입, 생산라인의 일정 공정 전체를 용역회사에 맡겨버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백색가전부문의 축소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백색가전의 경우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가능성을 상실한데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적자폭이 심한 한계사업이 된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즉 지난해까지만 해도 4개 사업부로 분리됐던 백색가전부문을 하나의 사업부로 통합할 경우 최근 진행중인 인력감축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백색가전사업에서 보아왔던 적자를 흑자기조로 전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움직임이 백색가전사업을 포기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백색가전사업부문을 단일화함으로써 최근 물밑작업이 활발한 빅딜 또는 그동안 추진해온 미 GE로의 매각을 손쉽게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과 GE간 백색가전사업 매각에 관한 협의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으며 실현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들도 『GE의 경우 첨단시설을 갖춘 냉장고사업만을 원하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여기에 에어컨사업부도 포함할 것을 원하는 등 양자의 요구점이 엇갈려 매각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나 협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에어컨사업부를 냉기사업부에 통합한 것도 이같은 내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전자가 사업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매각이나 합작을 통해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와는 상관없이 이와 관련해 백색가전사업부가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냉기사업부와 에어컨사업부를 통합함에 따라 통합된 냉기사업부 임원 가운데 2명 가량을 추가로 감원할 예정으로 있는 등 앞으로 백색가전부문 인력감축의 강도가 거세질 것』이라며 『최근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이번에 퇴직 통고를 받은 직원이나 받지 않은 직원이나 가릴 것 없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그만두는 직원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있다.
결국 조직의 와해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이에 따른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백색가전사업 방침을 이미 세워놓고 이에 따른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삼성전자 내부는 물론 외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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