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 반덤핑 무혐의 판정 의미

미 상무부의 삼성전자 컬러TV에 대한 덤핑규제 철회조치는 그동안 덤핑이라는 덫에 걸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직수출을 전면 중단해왔던 국내 가전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전업계는 지난 84년 덤핑판정 이후 매년 연례재심을 받고 반덤핑관세를 물어가며 미국에 수출을 해왔으며 결국 91년부터는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미국이 아닌 유럽, 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눈을 돌렸으며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미국시장의 경우 인근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저가 보급형 멕시코산 제품을 우회수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 상무부의 삼성전자 컬러TV에 대한 덤핑조사 종결은 삼성전자에 국내에서 생산된 프로젝션 TV, 완전평면 TV, HD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어떠한 장벽없이 자유롭게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허가증을 내 준 것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또 이번 결정은 오는 10월부터 착수되는 선셋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LG전자와 대우전자 등 나머지 국내 가전업체가 유리한 판정을 받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돼 선셋프로그램이 종료되는 내년 이후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 및 대우전자 모두 미국에 컬러TV 직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의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 및 대만업체들이 아직도 미국의 덤핑규제에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국산TV가 세계 최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 상무부의 삼성전자 컬러TV에 대한 덤핑조사 종결조치는 국내 컬러TV산업 발전과 함께 우리나라 통상외교가 거둔 첫번째 성공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삼성전자측의 설명이다.

정춘기 삼성전자 통상담당부장은 『미 정부가 덤핑으로 결정된 사항을 무혐의로 번복한 사례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통상외교 사상 극히 드문 것으로 미 정부의 부당한 덤핑규제에 대한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5년 3개월 동안 연례재심, 사법재심 등을 통해 덤핑조사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왔으며 지난해 7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등 컬러TV문제를 양국간 통상외교의 현안으로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과는 상관없이 컬러TV는 물론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제조업체들의 견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해 국내 가전업계의 지속적인 덤핑회피노력은 물론 기업들 스스로 통상전문가 양성 및 전문조직 확충,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이 시급하다는 게 이번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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