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광장] 가격파괴 PC게임 쏟아진다

5천∼1만원대의 저가형 PC게임이 쏟아진다.

이제는 용산 전자상가의 게임 전문숍까지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의 편의점이나 할인점, 비디오숍에서 저가형 게임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앞 문구점이나 재래시장의 작은 팬시용품점에서도 PC게임 타이틀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PC게임 가격파괴에 나선 대표적 할인점은 E마트. 부산을 제외한 전국 E마트 8개점에서 판매하는 40종의 게임타이틀 가운데에는 CD 2장을 묶어 5천원에 내놓은 초저가형 상품도 있다. 그밖에 까르푸, 킴스클럽, 나산 클레프 등에서도 1만원 이하의 세일가격으로 PC게임이 팔린다.

삼성전자 게임 취급점이라는 마크가 붙은 비디오숍에 가면 미국 아포지(Apogee)사의 레이싱 게임 「데스렐리」를 비롯, GTI사의 1인칭 슈팅게임 「아모크」 등이 모두 1만원이다. 이 가운데 「데스렐리」는 지난해말 용산 전자상가에서 2만6천∼3만원에 팔리던 작품이다. 게임타이틀 안에 들어있는 쿠퐁을 10개 모아 오면 정품 1개와 교환해준다.

그밖에 전국적으로 7백여개 점포망을 갖춘 삼성 C&C대리점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저가형 게임을 살 수 있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일본 TGL사의 액션 롤플레잉게임 「엠브레이스」와 저가형 게임 모음집 「게임캠프」가 각각 5천9백원이다. 앞으로 문구점에서 팔리는 게임의 종류는 어드벤처게임, 체스게임, 비행 시뮬레이션게임 등으로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들 저가형 PC게임은 배보다 배꼽이 끈 게임패키지와 두터운 매뉴얼을 없앰으로써 가격의 거품을 뺀 제품들. 음반 CD와 마찬가지로 CD롬타이틀 1∼2장만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게임 인기순위에 올라있는 히트작은 아니다. 대개 출시된지 6개월 이상 지난 중고 타이틀들.

그러나 철지난 중고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구점과 팬시용품점에서 팔리는 「엠브레이스」는 현재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작 롤플레잉게임. 이 작품의 총판사인 유톤미디어측이 신유통 개척이라는 명분 아래 일본 TGL사 및 국내 판권공급사 인터소프트 멀티미디어와 계약을 맺고 파격적인 소비자가격을 책정했다.

이같은 저가형 게임 출시 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고 타이틀에 섞여 신작게임이 판매될 경우 게임 유통업계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게임 1카피당 임가공비로만 3천5백∼4천원에 판권료와 유통코스트, 광고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신작게임은 2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팔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5천원대 일본게임의 등장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시장의 유통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제작사측의 계산이 숨어있다」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또한 저가형 게임판매가 정착될 경우 평균 1억원에서 4억원씩 개발비를 쏟아부은 국산 게임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더욱 짧아지고 덤핑업체가 속출할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저가형 게임의 출현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여름방학 특수는커녕 게임 판매량이 줄어 울상인 국산게임 개발업체나 외산 타이틀 수입업체의 입장에서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상품은 골칫거리. 게다가 게임유통업체의 잇단 부도로 용산 이외의 새로운 판로개척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2∼3년간 대기업이 나서 신유통을 개척하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전제하면서 『유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으면서도 게임시장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야 할 것』으로 지적한다.

아무튼 IMF로 주머니가 얇아진 게이머들은 앞으로 5천∼1만원의 싼 값으로 스테디셀러 게임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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