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을 이용, 기존 반도체보다 1백배 이상 강력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의 윌리엄 실베스트 연구원은 최근 자외선의 일종인 「극자외선(EUV)」을 이용, 기존 반도체보다 1백배 이상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로 반도체를 제조할 경우 반도체 저장용량 역시 기존 제품에 비해 1천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핵심은 EUV파를 이용한 회로인쇄과정. 파장이 극히 짧은 EUV파를 이용하면 기존 반도체에 비해 회로선폭이 훨씬 미세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머리카락 지름의 1천분의 1도 되지 않는 0.1미크론 회로선폭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가장 작은 반도체 회로선폭이 0.25미크론인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회로선폭의 반도체는 매우 진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이용한 장비의 가격은 1백만달러 이하로 저렴하다. 기존 제품의 3분의 1 내지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밖에 장비의 크기도 별로 크지 않다. 핵심장비가 대략 엄지손가락 만하고 장비전체를 합쳐도 소형 캐비넷만한 정도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의 개발로 고성능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반도체는 기존 컴퓨터가 수시간 걸려서 처리해야 하는 작업을 즉각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초고속 컴퓨터에 탑재되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검색, 인공지능, 영화의 특수효과, 대화형 로봇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제조장비가 출시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장비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미 인텔, 모토롤러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업체의 지원을 받은 바 있어 이들 업체들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경우 장비 상용화는 크게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실제 반도체 제조공정에 이용되는 시제품이 조만간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 장비의 개발로 현재 반도체 회로인쇄분야를 양분하고 있는 자외선 제조방식과 전자빔 제조방식 사이의 역관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쟁 중에 있는 이들 두 제조방식은 각각 서로 다른 분야에 이용되는 반도체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장비의 개발로 자외선을 이용한 제조방식이 한 걸음 더 빠르게 나아갈 것으로 보여 반도체 제조장비분야에서는 자외선 제조방식이 주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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