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동안 지리산에서 시작된 게릴라성 폭우가 서울, 경기, 충청, 전라, 서울, 경북지역 등 전국을 강타하는 엄청난 재난이 발생한 가운데 한 대학 실험실이 집중호우를 기상청보다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일기예보시스템을 개발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 수치예보실험실(팀장 이동규 교수, 대기학과)은 지난 2년간의 연구 끝에 기상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실시간 중규모 기상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까지 정확히 맞출 정도로 첨단 기상예보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서울대 수치예보실험실이 개발한 시스템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상청이 일기를 예보하는 과정은 동쪽의 일본 앞바다에서 서쪽의 티베트 고원, 그리고 남쪽의 필리핀에서 북쪽의 바이칼호에 이르는 약 2천만㎢의 넓은 지역을 가로, 세로 40㎞씩 격자로 분할, 총 1만2천개에 달하는 지점의 기상정보를 모두 계산한 후 이를 표준 기상예측 모델과 비교함으로써 매 1시간 후의 기상상황을 점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서울대 수치예보실험실은 기상청이 제공하는 일기예보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한반도 주변지역(16만㎢)에 대해 격자 크기를 가로 세로 각 10㎞씩 세분화, 1천6백개에 달하는 지점의 기상상황을 집중 분석한 후 이를 자체 개발한 기상예측 모델과 비교해 본 결과 기상청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기상변화 징후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지난 5일부터 6일 사이에 서울과 경기북부, 강원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를 24시간 전에 거의 정확히 예측한 것은 물론 강수량도 기상청 예보보다 실제 강수량에 훨씬 근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이 연구실의 연구성과는 왜 그동안 기상청 등의 일기예보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됐을까. 이동규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학 실험실이 기상청처럼 1일 2교대로 24시간 예보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기예보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전제한 후 『그러나 최근 전국을 강타한 게릴라성 폭우를 미리, 그것도 여러번 발견했지만 이를 학술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워싱턴, 위스콘신, 오클라호마 등 기상연구소를 갖추고 있는 20여 대학을 비롯, 기타 기상정보서비스 회사들이 자체 분석한 일기예보 자료를 일반에게 자유롭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기상예보 관련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기상업무법」을 보면 예보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기상청 등에서 최저 5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는 2인 이상의 전문가를 확보해야 하는 등 그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는 「웨더뉴스」 「K 웨더」 「웨더 원」 등 6개 전문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모두 지난 7월 기상정보서비스 사업이 민간에 일부 개방된 후 설립됐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그 숫자도 적고 전문성 역시 상당히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울대, 부산대, 연세대, 경북대 등에서 기상학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 및 대학원생 등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대학 관계자들은 이러한 논의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학의 한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묻자 대답 대신 『과학기술부가 최근 우수과학연구센터(SRC)를 선정한다고 해서 신청서를 냈고 최종 서류심사까지 통과했으나 최종 면접과정에서 떨어졌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는 『최종 면접 때 좌장에 해당하는 과기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기상연구는 배부른 사람들이나 하는 일 아니냐」고 물어볼 때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재정경제원(현 기획예산위)과 국회에만 가면 슈퍼컴퓨터만 사주면 우리나라 일기예보 수준을 단숨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온 것과 정반대로 평소 자기 자신은 정확한 기상예보에 필수적인 기초기술 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의 업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일기예보와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구호 대신 행동이 필요하다』는 한 연구원의 평범한 주장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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