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은 가전업체의 경영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자금사정이 좋고 조직이 안정돼 있으면 대리점에 대한 지원도 좋고 그 폭도 크다.
반대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고 조직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태이면 대리점의 고삐를 죌 수밖에 없다. 가전업체와 대리점은 공급자와 판매자로서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가전업체의 경영환경변화는 일선 대리점의 유통환경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만약 본사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일선 대리점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매출감소, 수지악화, 부실대리점 연쇄도산으로 이어져 결국 가전유통은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요즘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IMF를 맞아 가전업체들이 그동안 비대하게 운영해온 조직을 줄이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물론 자금사정이 불안한 IMF시대를 맞아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내수부진을 앞세워 영업부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가전3사는 최근 들어 가전 유통의 핵심분야인 AS부문을 별도 회사로 떼내고 영업조직을 축소 개편하면서 수많은 영업인력을 줄이고 있다. 가전유통분야에서 가정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 업체는 대우전자다. 지난해말 국내영업부문을 한국신용유통에 이관하고 서비스부문은 독립회사로 분리했다. 한국신용유통은 대우가 그동안 6개 판매사업부 36개 지사로 운영하던 영업조직을 3개 판매사업부와 19개 지사로 대폭 줄이면서 수백명의 인력을 걷어냈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AS조직의 별도 법인화를 비롯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는 방식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달말을 목표로 희망퇴직자의 신청을 받아 퇴직처리하고 예상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다수의 인력을 선별, 감원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들 가전업체는 영업조직을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맞춰갈 것이라고 한다. 내수가 줄기 때문에 국내 영업조직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가전3사는 최근 몇년 사이 경기침체로 장사가 잘 되지 않자 조직을 많이 줄여왔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IMF직후 지사, 지점, 영업소 등 3단계로 돼 있는 영업라인을 지사와 지점 2단계로 축소 조정하고 무빙오피스 제도를 도입, 영업사원들의 현장위주의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또 뉴프런티어라는 제도를 만들어 2백명 가까운 인력을 타부문으로 이관시켰으며 가전과 C&C 영업조직 통합과 함께 물류부문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세웠다.
비슷한 시기에 LG전자도 살을 깎는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들어 연초에 담당, 지사, 영업소로 구분돼 있던 조직을 지사와 영업소를 묶어 마케팅센터로 바꿨으며 영업인력도 10% 축소했다.
이런 와중에 일선 유통점의 정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즉, 경쟁력 없는 대리점은 영업조직의 축소와 함께 줄일 수밖에 없다. 가전3사는 지난해말 IMF체제가 되면서 한달에 수십개의 부실 대리점을 정리해 한때 1천8백여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던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요즘 1천4백개 정도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각 회사가 4백여개의 대리점을 퇴출시킨 것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우전자에서 사업권을 인수한 한국신용유통도 적지 않은 대리점을 청산했으며 요즘에도 그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전3사의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계속되면 가전3사는 물론 애써 가꿔온 가전유통의 기반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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