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업계, 재고처리문제로 고심

가전업계가 에어컨 재고물량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전업계는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 생산량을 감축하기는 했으나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기록하면서 재고물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가전업체들이 생산한 에어컨은 총 85만대 규모. 그러나 지금까지 판매한 물량은 7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올해는 잘해야 75만대 가량을 판매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1백40만대)의 54%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실제로 지난해 48만대를 판매했던 LG전자는 올해 생산량을 32만대로 축소했으나 최근까지 패키지에어컨 12만대와 룸에어컨 15만대 등 총 27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침에 따라 올해 총 29만대를 판매, 나머지 3만대 정도는 재고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8만대를 생산, 최근까지 23만대 가량을 판매했으며 올 한해 잘해야 25만대를 판매, 3만대 정도는 재고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에어컨시장의 65% 이상을 점유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재고량만 해도 올해 6만대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 9만대의 에어컨을 생산한 만도기계도 2만대 이상을 공장 및 유통재고로 남겨두고 있고 대우캐리어도 10만5천대를 생산한 가운데 4만5천대의 룸에어컨과 4천대 가량의 패키지에어컨을 대우전자에 공급하고도 자체 판매량이 40% 이상 줄어 1만4천대를 재고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예년같지 않은 에어컨 재고부담으로 인해 가전업체들은 최근 사내판매 및 대폭적인 할인판매를 지속하는 등 재고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LG전자는 사내연계판매를 통해 24∼30%에 달하는 할인판매를 지속하고 있고 만도기계는 이에 덧붙여 16개월 무이자 할부판매까지 실시하고 있다. 대우전자의 경우 대리점 및 용산유통상가 등을 통해 30% 이상의 대폭적인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에어컨 성수기가 지난데다 최근 서울, 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 몰아닥친 수해로 이같은 막판 밀어내기조차 제대로 먹혀들지 않아 재고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가전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0월부터 생산에 나서던 차기연도 비축분 생산 시기를 12월로 늦추기로 하는 등 아예 재고물량을 차기연도로 이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전자 역시 아직 내년도 모델에 대한 생산시기는 늦추지 않고 있으나 비축생산물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그동안 매년 판매량이 급신장세를 거듭, 가전업계의 효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에어컨이 이제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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