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 상장됐거나 코스닥에 등록된 국내 주요 반도체장비 및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매출 실적은 당초 예상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협의회및 한국증권업협회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업체들 대부분이 최근의 국내 설비 투자 격감으로 장비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전년동기대비 최대 75%에서 최소 20% 수준의 매출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따라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업체들중 4개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 적자로 전환됐으며 지난해 보다 매출이 증가한 업체는 1개 회사에 불과했다.
특히 번인 테스터 업체인 디아이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75.5%나 줄어든 1백20억원을 기록,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주력 제품인 번인테스터가 반도체 경기의 악화로 제품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최근 자체적인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특별 손실 발생과 환차손 및 악성 채권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룸 업체인 신성이엔지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54.9%나 줄어든 1백9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이는 올해 들어 대부분의 신규 반도체 라인 건설 계획이 연기 또는 취소된데다 클린룸 설비 시장에 중견업체는 물론 중소업체들이 잇따라 참여,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인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래산업과 케이씨텍은 전년동기대비 50% 가량의 매출 감소 속에서도 적자는 면하는 중간 정도의 성적표를 받았다. 미래산업은 매출 1백23억원에 경상이익 62억원을 기록했으며 케이씨텍은 1백2억원의 매출을 통해 9억원의 경상 이익을 냈다. 이처럼 흑자를 기록한 두 업체 모두가 회사 부채 비율이 각각 4.3%와 13.5% 수준으로 탄탄한 재무 구조를 지녀 다른 업체들에 비해 금융 비용 부담이 적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코스닥시장에서 활동중인 후발 장비 및 제료 업체들의 성적표도 눈여겨 볼 만하다.
가스캐비넷 전문업체인 아토는 올 상반기에 36억원의 매출에 그쳤으며 화학증착(CVD)장비 제조 업체인 아펙스는 14억원의 매출로 무려 7억1천만원의 적자를 내 반도체 장비 시장에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유일반도체도 11억원 매출로 6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서울일렉트론의 매출은 지난해 보다 20% 정도 감소한 59억원에 그쳤다.
장비 업체들이 이처럼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반도체 재료인 본딩 와이어를 생산하는 MK전자는 전년동기대비 35.8%늘어난 5백억원의 매출에 경상이익만도 2백%이상 증가한 84억원을 올려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리드프레임 업체인 아남에스엔티와 쿼츠 생산 업체인 원익석영도 지난해 보다 매출은 다소 줄었으나 두회사 모두 18억원 가량의 경상이익을 내 장비업체와 재료 업체간의 극심한 명암대비를 반영했다.
이와 관련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시장의 특성상 수요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고 기복이 워낙 심해 전년과 당해 년도 매출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며 따라서 언제라도 국내 반도체 설비 투자만 재개된다면 몇 백% 이상의 매출 증대도 가능하다』고 말해 최근의 매출 부진이 국내 장비 업체의 제품 개발 및 사업 추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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