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美방송가 "다큐멘터리 열풍"

미국 다큐멘터리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로부터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어 주목된다.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과 관심을 반영하듯 일부 케이블TV 채널들은 새로 출범하는 디지털채널에도 다큐멘터리시리즈를 방송하겠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다큐멘터리, 특히 뉴스나 공공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일부 지식인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장르로 확실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가는 A&E, HGTV 등의 케이블TV 채널에 다큐멘터리를 제작, 공급해 온 그레이스톤커뮤니케이션이 지난 12년간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제작진을 5명에서 60명으로 늘린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CNN 역시 지난 1월부터 독자적으로 「CNN 퍼스펙티브」를 황금시간대인 주말시간대에 편성하는 한편 「바이러스 헌터스」 「서바이버스 오브 더 홀로코스트」 등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방송될 역사 다큐멘터리시리즈인 「콜드 워」 등에 무려 2천5백만달러의 비용을 투자하는 등 미국 방송사 전역에 「다큐멘터리 붐」이 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방송해온 PBS의 경우 그간 누려온 독점적인 지위가 무너졌으며 디스커버리, 트래블, 히스토리 등 다른 경쟁채널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할 예정이다.

그간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이 케이블TV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제작비가 다른 오락프로그램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는 등 순전히 경제적인 요인 덕분이었다. 물론 디스커버리의 경우 한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제작에 40만∼50만달러의 비용을 투자하나 같은 길이의 TV용 논픽션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은 대부분 10만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만들어진다.

네트워크방송사들이 새로운 드라마 방송권을 따기 위해 편당 1백만달러 이상을, 코미디는 50만∼60만달러 정도의 예산을 지불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큐멘터리야 말로 합리적인 투자가 아닐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특히 드라마 제작비의 폭등원인이 몇몇 인기있는 스타연예인들의 터무니 없이 높은 출연료라는 것을 감안할 때 방송사들의 입장에서는 투자한 만큼 프로그램의 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첩경이 바로 다큐멘터리여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시기적인 요소도 다큐멘터리 제작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됐다. 세기말에 접어들어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다큐멘터리제작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CBS의 「아이 온 피플」에서는 「레전드, 아이콘스 앤드 슈퍼스타 오브 더 투엔티스 센추리」라는 10부작을 기획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붐」을 이끌어낸 것은 케이블TV 채널들이지만 상업방송 역시 금세기를 정리하면서 다양한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ABC는 이미 지난 93년부터 2천만달러를 투자해 아돌프 히틀러의 개인소장영화와 지난 17년 일어난 러시아혁명, 월남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갇힌 미군포로에 대한 모습을 담은 필름 등 희귀한 자료들을 수집해 왔다.

또한 CBS는 시사잡지인 타임지와 공동으로 지난 2년간 준비해온 「피플 오브 더 센추리:CBS뉴스/더 타임 100」을 통해 금세기 정치, 스포츠,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50명의 인사를 선정해 그들의 삶과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자료=동향과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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