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은 지난 56년 미국 RCA사의 한국지사에 의해 시작된 흑백TV방송이다. TV수상기 보급이 전무했던 당시 이 방송은 적자경영을 계속하다 화재로 인해 폐쇄됐다. 이후 5.16 군사정변을 거치면서 정부시책을 홍보하기 위해 61년 말 KBS 개국과 함께 본격적인 TV시대를 열게 된다.
TV보급률이 외국산 제품 몇 천대 정도로 극히 미미했던 당시 TV수상기 국산화의 기치를 내건 업체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그러나 60년대 초만 해도 극심한 전력사정으로 인해 TV가 사치품이라는 여론에 밀리는 바람에 흑백TV 국산화 추진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후 60년 후반 경제규모에 이르는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TV보급률이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80년부터 시작된 컬러TV시대의 개막은 TV수상기가 전자산업의 꽃으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성장사와 궤적을 같이 한다. 경쟁력을 지닌 제품개발과 함께 지구촌 곳곳에 현지생산체제를 갖추고 전자산업을 이끄는 견인품목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가뜩이나 어려운 IMF상황에서도 컬러TV는 단일품목으로 한해 20억 달러를 웃도는 수출효자상품으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의 반덤핑 조치로 인해 수년 동안 금지됐던 국산 컬러TV의 대미 직수출도 조만간 내려질 덤핑무협의 판정을 계기로 재개될 것으로 예상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TV수상기 분야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디지털 혁명의 총아인 HDTV의 등장이다. HDTV는 기존 TV방송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선명한 화질로 미래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할 핵심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HDTV와 관련된 특정 분야에선 국내 업체들의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진출에 호기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업계가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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