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ISDN] 국내시장의 앞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국내 ISDN시장의 현주소를 이야기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 「닭과 달걀론」공방이다. 국내에서 ISDN 서비스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을 놓고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과 ISDN 단말기업체가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ISDN 활성화라는 당위론에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각론, 즉 대안으로 들어가면 명확한 평행선이 그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ISDN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를 ISDN 단말기 가격이 비싸고 품질과 성능이 낮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손쉽게 ISDN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ISDN단말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인터넷이나 PC통신 붐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ISDN 이용료는 일반 전화요금과 동일하며 가입비 또한 일반 전화망(PSTN)에 비해 50%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ISDN단말기 가격은 초창기에 60만원대로 판매되기 시작해 최근 크게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나 아직도 30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일반 가입자가 선뜻 이를 구입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ISDN의 잠재 고객이 PC통신이나 인터넷 등 데이터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학생층임을 고려할 때 이같은 주장은 타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은 ISDN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이 최소한 10만원대의 56Kbps급 다이얼업 모뎀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단말기업체는 이같은 한국통신의 입장에 수긍하면서도 망 안정성 등 크고 작은 문제로 ISDN서비스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한국통신의 자세를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반박한다. 서비스 사업자인 한국통신 조차도 ISDN자체는 물론 서비스 품질에 의구심을 갖는 상태에서 어떻게 ISDN사업이 힘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말기 및 장비업체는 아직도 ISDN서비스가 초기임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홍보와 과감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데 한국통신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례로 일본 NTT나 유럽에서는 아날로그망(PSTN)에 이은 차세대 초고속 디지털 통신망을 위한 과도기 단계로 ISDN을 꼽고 과감한 투자와 홍보를 아끼지 않는데 반해 국내는 제대로 사업도 해보지 않고 실패한 사업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인식과 관심도가 낮은게 사실이다.

ISDN이 앞으로 광케이블을 기반으로 한 비동기전송모드(ATM)교환망 등 차세대 초고속 통신망을 위해 거쳐야하는 징검다리임에도 국내에서는 현실을 망각하고 뜬구름만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결국 이같이 양측의 주장이 바로 국내 ISDN사업의 현주소인 셈이다.

이때문에 한국통신은 ISDN에 대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과감한 시설 투자를, 단말기업체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단말기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 ISDN이 정보화시대를 대비한 기간망이 아닌 단순히 전화 기능과 디지털 데이터통신이 결합된 통신망으로 인식된다면 꿈의 통신망이라 불리는 ISDN은 꿈에서나 가능한 통신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화상전화, 원격진로, 착신번호확인 등 ISDN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서비스와 관련 단말기 개발이 병행해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할인 혜택이나 선택 요금제와 같은 경쟁력 있는 요금체계를 마련하는 등 ISDN서비스를 대중화하고 사용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될 때 ISDN이 국가 정보화를 앞당기는 기간 통신망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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