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 보이스 다이얼링 "첫선"

「자장면」이라고 말만 해도 근처 중국집에 저절로 전화가 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일축하 꽃다발을 주문하고 싶은 날, 그냥 「꽃집」하고 소리만 내도 제일 가까운 화원으로 연결된다면? 또 「오토바이」나 「택배」라고 부를 때 퀵서비스회사 직원이 전화를 받아준다면 어떨까?

이처럼 전화번호를 몰라도 음식을 시키고 세탁물을 맡기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광고대행사 창의기획이 소프트벤처 거원시스템과 손잡고 이르면 9월부터 선보일 「드림서비스(Dream Sevice)」 덕분이다.

드림서비스란 한마디로 버튼대신 음성으로 전화를 걸어주는 보이스 다이얼링(Voice Dialing) 서비스. 사용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080으로 시작되는 ARS번호 하나뿐이다. 080-2000-2000번을 누르면 ARS시스템이 작동되고 원하는 업체명이나 서비스 이름을 말해달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삐 소리가 난 후 전화 걸고 싶은 곳을 말하면 음성서버가 이를 인식한 후 대신 전화를 걸어주는 시스템.

「말로 전화걸기」가 신기한 시대는 지났다. 지난해말부터 TV전파를 탄 「애니콜」과 「프리웨이」의 CF가 좋은 예. 열차 지붕에서 「본부」라고 외치는 배우 안성기나 승용차 안에서 「우리집」이라고 말하는 탤런트 김혜수가 보이스 다이얼링을 이용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IMF시대에 비싼 휴대폰 요금까지 누가 대납해주는 것은 아니다.

드림서비스의 미덕은 우선 동전 한푼 들이지 않고 생활전화를 걸 수 있다는 점. 사용자는 080 무료전화를 이용하고 돈은 지역별 대리점을 통해 이 서비스에 가입한 업소 주인들이 지불한다.

서버가 인식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새마을금고에서부터 벼룩시장, 동물병원까지 웬만한 업종은 다 포함되어 있다. 서비스업체측이 현재 서버에 저장해놓은 음성은 1백80종. 「수퍼와 가게」 「이사와 익스프레스」처럼 중복된 단어를 빼내도 약 1백35개 업종이나 된다.

또한 치킨집 대신 통닭이나 전기구이라고 말해도 같은 곳, 즉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로 연결된다. 좀 멀더라도 입맛에 맞는 단골 치킨집을 원할 때는 페리카나, 치킨나라, 처갓집 양념통닭 식으로 말해도 전화가 걸릴 확률이 높다. 어느 정도 브랜드가 알려진 체인점이라면 따로 음성인식코드를 부여해 놓았기 때문이다.

1백80개 단어 중 하나를 골라내는 인식률도 98% 정도로 신뢰할 만하다. 제트오디오, 제트툴바, 제트토크 등 Jet시리즈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거원시스템에서 「드림넘버 2000」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 한 사람의 음성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발음이든 알아듣는 화자독립 음성엔진이 쓰였다.

그러나 각 가정에 얼마나 편리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지역별 가맹점 숫자가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 서비스업체측은 연말까지 3만개 가맹점 모집을 낙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창의기획 김세창 이사는 『이미 전국 98개 대리점과 6천개의 가맹점을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드림서비스를 기획했기 때문에 무리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밝힌다.

현재 이 회사가 특허출원 및 수출을 준비중인 바로콜은 28개 버튼을 부착한 전화받침대. 컴퓨터칩이 들어있어 버튼을 누르면 각각 지정된 업소로 전화를 걸어주도록 설계된 아이디어 상품이다. 창의기획은 지난 6개월간 바로콜을 대도시 20만가구에 무료로 나눠주고 자동 다이얼을 신청한 업소로부터 가입비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바로콜의 대리점을 이용해 드림서비스 가맹점을 모집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라디오와 TV광고를 통한 대대적인 프리 마케팅도 준비중이다.

과연 우리집에서도 전화번호를 일일이 외우거나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지 않고 드림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알 수 있게 된다. 우선 음성인식이 되는지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이달 초부터 시작된 시범서비스전화(080-2000-2000/02-782-8505)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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