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월드] 위조 포르노 사이트 "범람"

인터넷을 항해하다 보면 나체를 한 채 특유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길리안 앤더슨의 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 엑스파일에서 보여준 차갑고 이지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다른 사람의 누드사진과 길리안 앤더슨의 사진을 교묘히 합성한 「위조」작품이다.

위조사진은 인터넷에서 보편화됐다고 할만큼 넘쳐나고 있다. 인기영화배우나 가수는 물론 백설공주, 포카혼타스, 인어공주 등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주인공들의 누드나 음란사진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전에는 김희선, 김현주, 그룹 SES 등 국내 인기연예인들의 위조 누드사진이 해외 인터넷사이트에 게재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같은 위조 사이트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유명인일수록 이미지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위조 사이트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인 포레스트리서치는 명사들을 소재로 한 포르노사이트들이 올해에만 약 1억8천5백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위조 포르노사이트가 증가하고 있으나 그들의 표적이 되는 대부분의 유명인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들 사이트를 「방치」하고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일일이 문제 사이트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저작권이나 초상권 침해사례를 모니터링해주는 회사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모니터링서비스(OMS, http://www.omservices.com)사는 자사의 고유제품인 「웹센추리」와 「마켓인텔리전스」를 이용해 회사의 로고나 상표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배포하고 있는 사이트를 검색한다. 또 저작권 상품이나 개인의 사진을 포르노성 정보로 왜곡시키는 사례를 수집해 알려준다. 검색대상은 텍스트는 물론 그래픽, 사진, 오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이와 함께 훼손정보 판매사례를 추적해 단속하고 고객사나 경쟁사의 브랜드가 인터넷상에서 어떤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지도 분석해준다. 이 서비스의 가격은 월 1천5백달러선. 물론 감시의 수준이나 빈도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이미 미국영화협회, 미국레코드협회, 닐센미디어리서치 등 굵직한 단체와 회사들이 이 회사의 고객으로 등록돼 있는 상태. 또 최근에는 미국 작곡, 편집, 출판인모임(ASCAP)과 공동으로 인터넷상의 뮤지컬작품 사용을 추적할 수 있는 「이지시커」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외에 이와치와 디지마크사도 유사한 형태의 모니터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마크는 자사의 저작권 보호기술인 「디지털 워터마크」를 이용해 저작권을 명기한 사진이미지가 인터넷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사례를 찾아 적발해 주는 「마크스파이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NEC도 멀티미디어저작물에 보이지 않는 ID코드를 내장해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 이 제품의 판매를 전담하는 회사를 미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이처럼 인터넷상의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데 대해 그동안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유명인이나 회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인터넷이 팬들과 접촉하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점을 들어 무분별한 단속은 팬들의 외면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악의적인 왜곡이나 변형은 단속해야 마땅하지만 팬들의 건전한 사이트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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