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중으로 이뤄질 하나로통신의 자본금 증자가 통신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하나로통신의 이번 증자문제는 정보통신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통신사업자에 대한 지분한도 철폐문제와 맞물리고 있어 이번 증자는 향후 국내 통신산업의 지각변동을 촉발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자본금 7천억원에서 3천억원을 증자,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겠다는 하나로통신의 증자계획은 지난 6월 이사회 결의를 통과한 상태로 주요주주와 일반공모 등 두차례에 걸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초미의 관심을 끄는 사항은 주요주주를 대상으로 9월1일과 2일 실시하는 증자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들은 기존 지분율대로 증자계획에 참여해야겠지만 IMF 이후 「내 코가 석자」인 기업들이 많아 지분율 구조가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다.
자본금 7천억원의 하나로통신의 지분구조는 데이콤이 10%로 최대주주이며 한국전력과 (주)두루넷이 각각 7%씩을, 삼성전자, 현대그룹, SK그룹, 대우그룹이 각각 6.5%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주주들이 철저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힘의 균형은 이번 증자를 통해 깨질 것이라는 게 하나로통신 및 주요주주사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최대주주인 데이콤은 IMF 이후 창사이래 최대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증자참여 여부가 불확실하다. 통신사업 진출에 대한 열망과 함께 하나로통신의 2대 주주로 참여했던 한국전력은 공기업 구조조정 결과 자체 지분마저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전력과 함께 동일티켓으로 2대 주주 지위를 누렸던 두루넷 역시 한국전력이 빠질 경우 자체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최대 주주그룹인 3개사 모두 증자참여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상은 이들 최대 주주그룹이 아닌 LG를 제외한 4대 재벌군으로 구성된 주요주주군이다. 6.5%씩의 철저한 힘의 안배가 이뤄진 현대, 삼성, 대우, SK의 움직임이 하나로통신의 증자 여부를 좌우할 것이고 여기에서 예상되는 세력균형의 와해는 통신산업의 지각변동으로 연결될 것이란 게 관층통들의 분석이다.
하나로통신에 지분참여한 4대 그룹 중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현대그룹이다. 지난 96년 신규허가한 고정통신분야의 2개 통신사업자에 대해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현대그룹은 하나로통신의 증자계획에 대한 참여를 여러 경로를 통해 공식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정몽헌 회장이 하나로통신을 방문, 지분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곧바로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을 면담, 그 속내가 관심을 모았었다. 특히 현대그룹은 온세통신과 관련, (주)금강 지분을 인수하고 김영환 사장이 비상임이사로 활동하는 등 모종의 움직임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도 지난 6월 하나로통신의 증자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증자참여를 밝힌 상태다. 반면 SK그룹과 대우그룹은 하나로통신의 증자 자체에 난색을 표명한 적이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시되나 일반적인 예상은 삼성과 현대의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한 데이콤도 재벌그룹들의 움직임에 자극받아 최근 증자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들의 판도변화에는 중요한 변수 하나가 가미된다는 게 주요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기아 입찰이 그것으로 국내 대기업 중 기아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그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무엇이겠는가와 관련된 분석이다. 주요 관측통들은 기아 입찰에서 탈락한 그룹은 이미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필경 민간주도의 통신사업 구조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일차적 대상이 하나로통신 증자라고 분석하고 있다.
공적 소유형태로 이끌려온 통신사업자군이 바야흐로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되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고 이는 결국 통신산업 구조조정의 핵심에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조시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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