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다채널 시대 걸맞는 국책방송 체질개선 급하다"

우리나라를 세계 각국에 홍보하는 KBS국제방송(RKI), 사회교육방송 등 국책방송을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적합한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극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크리스천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공영방송의 위상에 관한 토론회에서 홍기선, 강대인, 박형상, 정윤식 등으로 이뤄진 크리스천아카데미 산하 방송개혁공동연구위원회는 KBS국제방송, 사회교육방송 등 대외방송을 KBS로부터 분리해 아리랑TV 등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최근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의 홍기선 교수팀이 발표한 「국가홍보를 위한 국책방송의 위상과 과제」라는 보고서 역시 KBS국제방송, 사회교육방송 등 국책방송을 KBS로부터 분리해 아리랑TV의 해외위성방송부문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국책방송을 KBS로부터 분리, 아리랑TV 등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 제기되고 있는 것은 KBS국책방송이 국가홍보를 전담하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KBS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있지 못한데다 라디오 위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어 다매체, 다채널환경에 적합한 국가홍보매체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KBS국제방송과 사회교육방송은 그동안 북방지역과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홍보 프로그램을 송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세계각국에 알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세계 각국이 라디오 위주의 국가홍보전략에서 탈피, 해외위성방송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KBS국책방송이 과연 앞으로 다매체, 다채널환경에 맞는 체제로 진화,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책방송의 위상을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책방송에 관한 통합논의가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방송구조개혁 논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KBS국제방송은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 아랍어, 독일어 등 10개 언어로 북미,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중국을 향해 단파 21개,중파 1개 등 총 22개의 주파수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와함께 KBS국제방송은 지난해말부터 인터넷방송을 시작,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대외홍보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KBS사회교육방송은 국제방송과 달리 주로 북한 및 북방지역 동포를 대상으로 라디오방송을 내보내고 있는데 특히 중국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청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KBS국제방송과 사회교육방송은 지난 40여년간 우리나라를 해외에 홍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이점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체질개선 또는 구조개혁이 절실하게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책방송의 전체적인 위상과 관련해 종전의 라디오 위주 매체전략에서 탈피,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이미 대부분 국가들이 새로운 매체환경에 맞게 국가홍보방송의 기본전략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해외공보국(USIA)이 주축이 돼 위성방송인 「월드넷」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미국의 소리」 「RFA라디오방송」 등을 국가홍보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공영방송인 BBC가 운영하는 「BBC월드위성방송」과 「월드서비스 라디오」를 국가홍보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운영재원은 외무부의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무려 39개국의 언어로 전세계 1억3천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NHK, 미디어인터내셔널사 등이 「월드뉴스」 「재팬TV」 「JSTV」 등 위성방송과 「라디오재팬」 등 라디오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각국이 국가홍보방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국책방송의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아리랑TV와의 통합문제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는 아리랑TV가 국내외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국책방송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주로 고려되고 있다. 특히 아리랑TV는 아직 해외위성방송을 실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출범 당시부터 해외위성방송서비스에 큰 관심을 쏟아왔다. 게다가 비교적 재정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국책방송의 통합논의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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