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특수효과, 특히 컴퓨터그래픽(CG) 영상은 미국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CG작업은 영화에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과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영화 제작재원이 열악한 한국영화계로서는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부문이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구미호」 「은행나무 침대」 등의 한국영화들에 CG가 일부 채택되기 시작했고, 오는 15일 개봉하는 「퇴마록」이 8분여에 이르는 CG영상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CG영화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외국영화 「터미네이터」가 10분의 CG영상을 담았던 것과 비교하면 「퇴마록」의 CG작업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폴리비전픽처스(대표 장혁린)가 기획, 제작하고 일신창업투자와 국민기술금융이 제작비를 댄 「퇴마록」은 총 24억원이 투입됐는데, 이 중 CG작업에만 약 4억원이 들었다.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전문회사였던 LIM 출신의 강종익씨가 4개월간 작업해 CG를 이용한 눈속임기술을 선보였다.
영화 「퇴마록」의 대표적인 CG장면은 △월향검의 비행 △하수구에서 불길에 휩싸이는 추격대 △손에서 기공이 나가는 장면 △게임기에서 괴물이 나오는 장면 등이다.
퇴마사 현암(신현준)의 무기인 월향검은 현암을 사랑했던 월향의 혼이 봉인된 검으로 자유로이 비행하며 귀신을 퇴치한다. 월향검의 비행장면은 먼저 빈 통로를 빛의 양과 카메라 렌즈 종류를 계산해 찍은 뒤 여기에 「익스플로러」프로그램을 사용해 3D 애니메이션으로 디자인한 월향검을 합성시킴으로써 이뤄졌다.
퇴마사들을 뒤쫓던 특수기동대가 하수구에서 살상당하는 장면은 출연자들의 움직임, 조명, 불길의 몰핑작업, 합성 등의 복합기술이 구현됐다. 액션의 타이밍과 조명의 방향, 사각형 하수구 안으로 밀려오는 불길 등을 「일레스틱 리얼리티」라는 몰핑기술을 통해 균형을 이루어냈다.
기공 발사장면은 공기의 밀도변화를 표현했다. 손에서 나오는 기운을 몰핑을 통해 무채색의 공기파장으로 나타내고 배경은 그대로 놓아둔 채 기공에 따라 일그러지게 했다. 게임기 속의 괴물을 현실로 끌어낸 장면은 최대의 시각효과를 이루어 냈다. 게임에 진 어린 퇴마사 준후(오현철)가 분에 못이겨 괴물을 현실로 불러내 직접 맞서는 장면이다. 우선 카메라의 움직임을 고려해 원근감을 줬고, 괴물의 발이 바닥에 자연스럽게 닿은 느낌을 주기 위해 정밀한 「프레임 투 프레임」작업을 했다. 특히 괴물과 현암의 머리 위에 있는 형광등 불빛이 자연스럽게 괴물의 몸에 굴절 및 투과되도록 해 사실감있게 완성됐다. 괴물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houdini」와 「renderman」프로그램이 사용됐다.
이외에도 CG영상을 실사장면과 자연스럽게 융합시킨 「합성기술」로 이루어낸 장면들도 다수 있다. 그린매트와 필름 합성장비인 「씨네온」을 사용해 카메라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장면들을 선보였다.
「퇴마록」외에도 최근 촬영에 들어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쉬리」도 CG전문업체 제로원픽처스와 미디아트가 제작한 다량의 CG가 채용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우리영화의 특수효과가 더욱 깊고 풍성해질 전망이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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