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무성한 느티나무, 우아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 야산 위에 여러 그루 모여 동산을 이룬 소나무, 사람의 자취가 끊어진 심산유곡에 홀로 버티고 선 고목∥.
이처럼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분재를 가꾸는 일은 영진출판사 이문칠 사장의 오랜 취미다.
『크고 작은 나무 20여분(盆)을 돌봐주고 있죠. 마음 같아선 늘 곁에 두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친척집에 맡겨야 할 땐 아주 서운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남향 아파트에선 일조량이 모자라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힘든 종류가 몇 있거든요. 그런 분재들은 온실이 딸린 단독주택으로 보내 여름 한 철을 지내게 하면 제 빛깔을 찾습니다. 가을에 다시 데려다 놓고 보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처럼 애틋한 마음부터 들곤 하죠.』
이렇게 온갖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분재가꾸기」는 취미라기보다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이 사장이 분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 구경 삼아 우면동 「한국분재박물관」에 들렀다가 화분 속에 자라는 수백 종의 꽃과 나무를 보고 나서부터라고 한다. 그 후엔 해외출장만 가면 그 도시의 이름난 분재원 먼저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고, 집에서 내손으로 한번 길러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도 들었다. 처음엔 아까운 나무가 시들거나 원하는 모양대로 자라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많았지만 20년이 지나다 보니 거의 전문가가 다 됐다.
『소나무나 향나무는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른 기운을 불어 넣어 줍니다. 철쭉은 1년 동안 보살펴준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봄에 소담스러운 꽃을 피워내죠. 그런가 하면 소사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진 뒤 자잘한 가지만 남아 있을 때가 오히려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더할 때나 덜할 때나 사랑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죠.』
왜 그렇게 분재를 좋아하냐고 묻자 이 사장은 자연을 내 가까이에 놓고 마음밭을 갈 수 있는 데다, 정성을 기울이는 만큼 잘 자라주는 정직한 나무들이 고맙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게다가 그런 나무들을 보면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사는 이치도 터득하고 경영철학까지 배우게 된다고 이 사장은 털어 놓는다.
지난해 이 사장이 사무실 창가로 옮겨놓은 조그마한 철쭉분이 겨울의 끝자락에 성급하게 꽃망울 하나를 터뜨렸다. 사장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것을 눈여겨 본 영진출판사 직원이 좋은 징조라며 『다가오는 봄에 철쭉이 오래 필수록 우리 회사 책들도 스테디셀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땐 무심코 듣고 넘겼는데 정말 한달을 넘게 철쭉이 피지 뭡니까. 보기 드문 일이었어요. 크기가 딱 손바닥만한 철쭉분이 제 몸집보다 소담스러운 꽃을 매달고 있는 게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이 사장은 그 덕분인지 요즘 우리 책들이 너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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