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IMF이후 심각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불법복제까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더욱 정품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개발사나 정품공급업체의 사업의욕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게임업계는 10여개의 개발, 유통사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불법복제 저지활동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불법복제 및 유통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게임 불법복제 및 유통형태는 역시 PC통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업, 다운로드와 CDR(레코더와 공CD)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온라인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게임 마니아들이 대부분 PC통신, 인터넷에 정통한 데다 하드웨어 및 통신환경이 날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소스 제공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라인화된 곳이면 손쉽게 불법복제를 할 수 있어 기존의 불법복제보다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형태의 불법복제에는 소위 청소년 게임광이나 해커들이 앞장을 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품이 나오기 전에 통신을 통해 게임을 입수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거나 이를 복사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우쭐해하는 「유아적 영웅심」이 불법복제 불감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은 「공짜」라는 생각이 여전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불법복제물이 유통되고 있다. 또한 개인 정보제공업자에 수익을 보장하는 PC통신 인포샵을 통한 불법유통도 늘고 있어 게임개발사나 정품 유통업체들이 감시의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작년부터는 정품의 내용중 동영상이나 음악 중 일부를 빼고 필요한 내용만으로 재구성한 소위 「립버전(Rip Version)」이 사이버마켓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통신망을 통한 불법복제는 주로 그 대상이 외국제품이 많아 저작권 침해는 외국 개발사들이 당하는 셈이지만 이들 제품의 판권을 확보한 국내업체도 한글화작업을 하거나 심의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해외보다 출시일정이 지연될 경우 불법복제품이 먼저 나돌아 골탕을 먹기 일쑤다.
「디아블로」 「C&C 레드얼럿」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립버전 복제는 올들어서도 「피파98」 「스타크래프트」 「삼국지6」 등 유명작품의 정품판매에 적지않은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D레코더 역시 대당 수십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져 있고 공CD 역시 장당 1천5백~3천원 정도로 작년초에 비해 무려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대용량화된 게임을 복제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공CD 공급업체는 게임 불법복제의 덕(?)을 보고 있지만 게임개발사나 유통사는 공CD의 대중화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커들이나 전문 복제업자들만을 불법복제의 주범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게임유통사가 개발사와 정식으로 로열티 계약을 맺은 물량 외에 임의로 찍어내 몰래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으며 PC게임의 경우 판매기회를 넓히기 위해 공진협의 심의결과와는 다른 등급을 부착하는 등 교묘한 복제도 이루어지고 있다. 조직적인 불법복제에 비해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이러한 합법의 탈을 쓴 불법복제는 감시, 적발이 어렵고 영세한 개발사들은 구매선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해 알고도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불법복제와 관련해 게임개발사나 제작사들이 마냥 복제품 소비자들만 탓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신작 게임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공급원들이 올들어 신작 게임가격을 4만~6만원대까지 높여 책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판매가는 이보다 30~40% 정도 낮지만 「어차피 살 사람은 산다」고 판단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지나친 고가전략은 게이머들을 불법복제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만들고 있다. 또한 AS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복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의 무지와 양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정품을 사는 메리트를 늘려줘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PC게임과 달리 가정용 게임기는 전문복제업체들에 의해 제조, 공급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선 시장이 위축되고 세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16비트용을 중심으로 대만, 홍콩산 수입품이 소량 밀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W팩이나 카트리지는 대부분 여러가지 게임이 합본 상태로 복사된 것이 대부분이며 CD로 만들어진 경우는 전문업자에 의해 대량으로 프레싱되거나 CD레코더나 PC를 이용해 공CD에 복제되고 있다. 한때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손을 대기도 했던 게임기산업이 현재 고사상태에 처한 것은 이같은 불법복제품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불법복제문화에 비해 턱없이 미흡한 관계당국의 단속은 게임개발업체와 정품 유통업체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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