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국내 네트워크업계 활로는 없는가 (3)

교실망 시장전망

교실망은 올해 국내 네트워크업계의 중요한 먹거리다.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본사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네트워크시장에 교실망은 그나마 안정적인 수요처다. 따라서 모든 네트워크 장비업체나 리셀러업체들이 이달에 집중되어 있는 교실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반기에 이렇다 할 매출을 올리지 못한 네트워크업체들로서는 어떻게든 교실망을 잡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교실망시장 또한 업계에서 생각했던 것에 비해 시장규모가 반으로 줄었다. 올해초만 해도 최소 2천억원 이상의 적지 않은 시장이었으나 정부의 예산삭감이 시행되면서 1천억원 규모로 줄어든 것이다. 업체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교실망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비단 국내 네트워크업체들뿐만 아니다. 지난 상반기 매출에 어려움을 겪기는 외국 네트워크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략시장으로 공공 기관망과 교실망을 타깃으로 잡은만큼 전력투구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외국 네트워크업체들의 교실망시장 공세는 저가경쟁이라는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해진 예산범위 내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가격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것은 역시 대만산. 가격경쟁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만산의 독식에 태클을 걸고 있는 업체는 아니러니하게도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이 아니다. 어떻게든 매출을 만회해보려는 미국계 네트워크업체들이다. 심지어 70% 인하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들고 대만산과 일대 가격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업체들로서는 무대만 빌려주고 조연으로 전락한 초라한 꼴이 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업체들이 교실망시장에서 조연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먼저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국산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부족이다. 외산에 대한 막연한 선호가 국산장비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또 대부분 학교 관계자들은 통일된 단일 브랜드 장비를 선호한다.

반면 국내 네트워크 전문업체의 경우 장비의 풀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교실망시장 공략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지 않는 한 교실망시장은 국내업체들에 한낱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또 하나 대부분 지방교육청의 경우 예산만 집행할 뿐 장비선정과 관련되어선 일선학교에 위임한 상태로 총체적인 국산장비 사용 붐을 일으키기에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초, 중, 고교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로 수의계약이 이뤄짐에 따라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도 각개격파식 영업에 관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전체적인 사양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라우터는 외국 S사 제품을 지정하는가 하면 스위치도 라우터와 같은 회사의 제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정부의 예산집행이 늦어지면서 교실망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그사이 교실망을 겨냥한 업체들의 판도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업체들마다 가격에 승부를 걸고 활발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업체들로서는 교실망시장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외산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다. 그러나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은 애국심은 자치하더라도 일선 학교 관계자들이 네트워크 장비의 정확한 가격대비 성능비교와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장만이라도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교실망시장은 국내 네트워크산업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로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 물산장려운동(?)을 벌이지는 못하지만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만이라도 가져주길 원합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한 영업담당 이사는 긴 한숨을 몰아쉰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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