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국내 네트워크업계 활로는 없는가 (2)

전략시장 개척

국내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대만산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처음부터 로엔드(Low-end)시장을 겨냥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망이나 교실망의 경우 정해진 예산 내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저가 대만산 네트워크 장비는 자연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저가경쟁에서 대만을 따라잡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하이엔드(High-end)시장에서는 미국업체들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시장에서 관록과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로 미국 네트워크업체들은 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했다. 국내 네트워크업체는 대부분 중간유통과 구축에 따른 인건비에 만족하는 리셀러로 전락했었다.

최근들어 국산 네트워크 개발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개발 전문업체가 새싹을 움틔우고 있다. 이더넷스위치를 개발하는가 하면 ATM스위치도 개발완료한 중소 전문업체가 생겨났다. 개발에 대한 열풍이 업계 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개발업체의 목표는 풀라인업이다. 저가장비에서부터 고가장비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는」 토털솔루션을 지향하고 있다. 네트워크 수주에서 구축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를 자사의 제품으로 구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정작 국산 네트워크의 설 자리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을 시작한 시기도 짧지만 모든 장비시장을 전부 노렸다는 시장전략의 오류가 현재의 난관을 촉발시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전문화된 제품보다 전품목의 개발을 우선하다 보니 주력상품이 모호했다. 따라서 업체의 특성도 불분명하다. 비슷한 성능의 비슷한 제품을 동시에 출시하다보니 시장에서의 혼전양상은 더욱 가중된다. 랜카드에서부터 ATM스위치까지 전부 개발하다보니 개발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가부담은 자연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자체 솔루션이 없는 업체는 경쟁적으로 수입장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국산 네트워크 장비는 가격에서 대만산에 밀리고, 성능에서 미국업체 제품에 밀리고 있다. IMF 상황을 맞아서 심지어 미국업체들마저 저가경쟁에 뛰어들어 국산 네트워크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네트워크 사용자들에게 무조건 애국심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나 개인 모두 비용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보호가 따라주지 못하면 「국산 사용」의 명분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네트워크 장비의 최대장점을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말하고 있다. 대만산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은 월등하다는 것이다. 미국산에 비해 성능은 다소 쳐진다 해도 가격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시장전략이 지금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가와 저가 장비시장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오버랩되는 두 부류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는 전략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쌍용정보통신의 네트워크담당 조성철 이사는 『업체들마다 고유의 시장전략이 있겠지만 대만산과 미국산의 양공을 받고 있는 국내업체의 현재 상황으로선 특화된 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국내업체마다 대표제품을 주력 개발하고 이를 통합솔루션화하는 방안도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최고의 성능, 최저의 가격을 주장하고 나서는 네트워크시장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의 존립은 더욱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 이상 미국이나 대만 업체의 개발방식이나 시장전략이 국내 네트워크업체의 모델이 될 수 없다. 한국적인 개발과 시장전략이 절실한 것이다. 그것은 포화지경에 이른 국내 네트워크시장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업계 상황과도 부합된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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