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전쟁이 시작됐다.」
비자인터내셔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이 표준 IC카드 전자화폐 개발, 보급을 위해 최근 프로톤월드인터내셔널(PWI)을 설립하고 공동 전자화폐 규격인 「CEPS」를 개발키로 합의한데 대한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합의는 전자상거래(EC) 등을 위한 대표적 전자지불수단인 전자화폐의 시장구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전자화폐시장은 크게 마스터카드의 「몬덱스」, 비자카드의 「비자캐시」, 벨기에 뱅시스사의 「프로톤」 등이 삼분해왔으나 그 중에서도 몬덱스가 다소 우세를 점해왔었다. 여기에는 마스터카드의 차세대 칩카드시장에 대한 시장선점 전략이 주효했던 점도 있지만 몬덱스와는 달리 각국에서 운용중인 비자캐시가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합의를 통해 비자카드가 CEPS를 공통 표준규격으로 개발하고 이에 기반, 새로운 프로톤 전자화폐를 내놓기로 천명함으로써 기존 열세였던 전자화폐시장의 삼분구도가 다소 유리한 이분구도로 바뀌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IC칩카드 신용, 직불기능의 국제 표준인 EMV에 이어 전자화폐도 표준화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고 보고 있다.
주로 소액현금을 대체하거나 EC 등에 적용될 전자화폐의 경우 앞으로 그 범용성을 고려할 때 국제 호환결제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앞으로 국내 전자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등이 시중은행과 공동으로 추진중인 한국형전자지갑(KEP)사업에 CEPS 규격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기존 비자캐시의 규격을 상당부분 채용해 호환결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KEP가 CEPS라는 표준규격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참여주체들의 명분을 얻어 사업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를 겨냥한 비자카드의 움직임이 제대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전자화폐 표준으로 개발될 CEPS와 이에 기반한 새로운 프로톤 전자화폐가 신용, 직불의 IC카드 국제표준인 EMV와 호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프로톤 카드가 국제 호환결제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국 화폐를 수용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문제도 남아있다.
어쨌든 비자카드는 늦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한 CEPS 및 프로톤 전자화폐를 내놓는다는 전략이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관련업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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