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불황 그림자" 짙어진다

올 초부터 전자, 정보통신, 전자부품 산업의 전반적인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에 시달려온 국내 PCB업계의 어려움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PCB업계의 향후 경기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전자, 정보통신, 전자부품 등 관련산업의 하반기 경기선행지표들이 상반기보다 별로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환율 불안정, 기업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 노사불안, 연쇄부도 위기 등 하반기 국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국내 PCB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PCB산업 경기를 점쳐볼 수 있는 국내 전자산업의 하반기 경기지표가 어둡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올 3, 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TV를 비롯한 비디오, 오디오 및 관련 전자부품, 통신기기 등의 경우 생산BIS가 올 2,4분기의 93보다 떨어진 91로 나타났고 내수BIS는 74에서 62로, 수출BIS는 비슷한 1백1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BIS는 국내 전자, 정보통신, 부품산업의 3,4분기 경기가 지난 2,4분기보다 더욱 나빠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결국 국내 PCB업계의 매출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전산업과 더불어 국내 PCB업계의 경기 흐름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컴퓨터산업의 하반기 경기도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를 포함한 사무기기산업의 2,4분기 생산BIS는 89인 데 비해 3,4분기는 74로 전망됐으며 내수BIS는 68에서 63으로, 수출BIS는 1백에서 1백21로 예측됐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40% 정도 떨어진 것으로 하반기 국내 컴퓨터산업 경기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덩달아 국내 PCB산업의 침체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국내 PCB업계는 관련 산업지표 이상으로 하반기 PCB산업 실물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CB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기 지표로 활용하고 것중 하나는 샘플PCB 주문량이다. 세트업체들이 미래시장을 겨냥해 3∼4개월 앞서 제작을 의뢰하는 샘플PCB의 의뢰건수가 최근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이는 국내 주요 전자제품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징후이며 결국 앞으로 본격 양산에 대비한 PCB의 발주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국내 PCB업체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세트업체의 퇴출 및 부도.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사업구조조정과 퇴출작업이 3,4분기 들어서는 중견 기업으로 확산되고 이 와중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강제퇴출이나 부도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이들업체에 의존해온 PCB업체의 밥줄이 끊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PCB업계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안산공단, 시화공단에 밀집해 있는 중소 PCB업체들은 최근 들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금의 조기상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전자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상당수 중견 PCB업체들은 미래에 대비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을 거의 중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향후 2∼3년 후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대만, 중국 PCB업체들에게 밀려, 해외시장에서 설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국내 PCB업체들이 최근 들어 불안을 느끼는 점은 환율불안정.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의존형 사업구조로 기업체질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는 국내 PCB업계에 환율 불안정 추세는 어렵게 개척해 놓은 해외 거래처를 중국, 대만업체에 빼앗길 위협적인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연 초 달러당 1천3백원 정도의 원화환율을 책정해 놓은 국내 PCB업체들은 환율이 1천2백원선을 압박하자 수출네고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공단의 한 PCB업체의 사장은 『환율 안정이 중소 PCB업체들의 수출의욕을 부추길수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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