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사 존립기반 "흔들"

국내 및 외국음반사들이 매출증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내 음반시장은 밀리언셀러 부재, 음반소비 위축, 유통 단절 등 잇따른 악재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내 음반사들은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고, 외국계열 음반직배사들은 예년 수준의 절반을 밑도는 매출에 그치는 등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매출증대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특별한 상품개발 없이 인기가수와 편집앨범에 집착하고 내부적으로는 경비 및 인원절감을 강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근본적인 시장돌파구를 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음반사들은 서태지, 젝스키스, 쿨, 유승준, 김경호 등 10대 청소년의 인기를 구가하는 가수들로 인해 그나마 안정적인 음반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삼성뮤직은 서태지, 김경호의 성공에다 신인 여가수 김현정의 돌출인기에 고무된 모습이다. 대중이 원하는 상품(가수)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열 손가락을 넘지 않는 히트 음반과 가수, 한두 개 밀리언셀러로는 그간의 누적적자를 만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삼성 역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서태지를 포섭하기 위해 들인 수십억원대로 추정되는 투자액을 감안하면 지금의 성공이 그다지 흡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통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상품창구가 협소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인기가수들과 몇몇 기성가수들을 빼고는 「팔릴 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김건모, 신승훈도 신보음반의 실패에다 탈세혐의로 장기간 잠복할 태세다. 90년대 중반 이후 승승장구하던 음반기획사 라인음향(대표 사맹석)도 탈세혐의로 흔들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비춰 신인가수와 작곡가를 지원, 발굴할 만한 여력은 없어 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국내 중소음반기획사들이 살아남기 힘들다. 앞으로 가요음반의 생산자(회사)가 크게 줄어들어 국내 대중음악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계열 음반직배사들의 상품기근 현상은 더욱 심한 편이다. 케니 G, 토니 브랙스턴,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등 멜리언셀러들의 신보발매가 끊긴지 오래인데다 비상책으로 편집앨범들을 남발한 나머지 이젠 품목 자체가 고갈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음반직배사들은 매출이 급강하, 월 10억원을 넘기기 힘들 정도다. 연 2백억원대를 구가하던 회사들이 올해에는 1백억원을 넘긴다는 보장조차 어려운 상태다.

이들 업체의 매출증대책은 「푸시」전략. 어떤 종류의 상품이든 적극적인 밀어내기로 판매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각 음반소매점들에 대한 영업관리에 적극 투자하는 등 안정적인 상품공급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BMG(대표 김종률)는 직원들로 하여금 5, 6개의 음반점을 전담토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등 판매처 근접공략을 펼치고 있다.

한 음반직배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각 직배사들은 올상반기 동안 10∼30%씩 인원을 감축했고 앞으로도 추가 감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남아있는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새로운 상품(신보)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근무환경마저 악화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증대를 독촉하는 경영진과 직원들간의 갈등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용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