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 지구 말고 또 생명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작년에 화성에 생명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온 세상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남극에서 미생물의 화석 흔적이 있는 운석이 발견되었는데, 그 운석이 화성에서 날아온 것이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공명심을 둘러싼 과학자와 정치가들의 해프닝이었다는 주장이 나와서, 그 소식은 진실성을 의심받으며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천문학이 별로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달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천체망원경이 발달하면서 달은 곰보자국같은 분화구들만 잔뜩 패여있을 뿐, 아무런 생명의 흔적이 없는 불모의 황무지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화성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19세기 경부터 천문학자들 사이에선 화성의 운하를 봤다는 보고가 줄을 이었고 자세한 스케치까지 그린 사람도 있었다. 1898년에 발표된 H.G.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은 커다란 드럼통을 타고 날아와 지구를 습격하는 화성인들을 실감나서 묘사해서 대중들의 공포를 자아냈다.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는 화성인의 존재 자체를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천문관측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서 거품은 걷혀갔다. 화성에 「운하」는 없었다. 그리고 1976년에 화성에 착륙한 무인탐사선 보이저호는 아무런 생명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화성은 너무나 춥고 공기도 희박한 곳이었다.
이렇듯 오랫동안 생명이 존재할 외계로서 1순위 후보였던 화성마저도 황무지라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사람들은 더 이상 태양계에서 생명을 발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과학해설가였던 칼 세이건, 또 역시 세계적인 SF(과학소설) 작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목성이야말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목성은 생명이 존재하기엔 너무 가혹한 환경이라고 여겨져왔다. 무엇보다도 태양에서 너무 멀어 기온이 무척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목성의 기온을 약 섭씨 영하 100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쩌면 목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춥지 않을지도 모른다. 목성은 태양까지의 거리가 지구보다 5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다. 따라서 햇빛도 5의 제곱인 1/25정도밖에 쬐지 못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태양 에너지라도 손실되지 않고 꾸준히 축적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목성은 햇빛을 절반 조금 못미치게 반사하고 나머지는 흡수하는데, 이 흡수된 빛은 대기권 아래까지 도달하게 된다. 빛의 형태가 아닌 열의 형태로.
암모니아와 메탄은 적외선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목성의 대기중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 두터운 대기층은 이른바 「온실 효과」를 일으켜, 표면에서 반사된 적외선 열에너지들을 우주 밖으로 투과시키지 않고 그대로 머금고 있게 된다. 금성의 표면온도가 예측보다 훨씬 높은 것도 두꺼운 대기층에 의한 온실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목성의 온실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목성의 화학적 조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온실효과가 가능한지 아닌지가 확실하지 않다. 아무튼 이론상으로는 목성은 기온이 섭씨 0도 이상일 수도 있고, 따라서 바다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바다는 지구의 지름보다도 훨씬 깊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지구가 완전히 빠지고도 한참 남는다. 목성의 대기가 천둥과 번개가 늘상 쳐대는 환경이라면 태고적에 지구의 바다가 그랬듯이 이미 생명이 합성되어 존재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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