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나무, 새가 있는 「자연의 뜰」 하나씩을 집안에 가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전원주택이나 마당 넓은 한옥이 아니라면 풀 향기, 새 소리와 더불어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대강정보통신 한상록 사장은 행복한 취미를 가졌다. 한 사장은 그리 넓지 않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베란다를 아담한 실내정원으로 꾸며놓고 갖가지 애완동물들을 키우며 산다. 그의 베란다에는 푸른 잎이 무성한 화초들 사이로 앵무새, 잉꼬처럼 털빛 고운 새들과 살집이 토실토실한 햄스터, 30센티미터 길이의 이구아나, 그리고 애완견 한 마리가 사이좋게 둥지를 틀고 지낸다. 작은 화단엔 코스모스나 봉선화 같이 도심에서 보기 드문 꽃들과 햄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상추가 심어져 있다. 크고 작은 나무 몇 그루가 자라는 거실로 가면 형형색색 관상어들이 헤엄치는 수족관 2개가 눈에 띤다.
『욕심 같으면야 교외로 나가 전원주택 지어 놓고 살고 싶죠. 하지만 아파트에 살더라도 아쉬운 대로 베란다에 정원을 꾸며 놓으니 기분이 확 달라지더군요. 아침 일찍 일어나 화초에 물을 뿌리고 애완동물들을 보살피는 것만큼 상쾌하게 하루를 열 수 있는 취미도 드물 겁니다.』
「실내정원에서 애완동물 기르기」는 한 사장에게 충북 단양에서 보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취미다. 초등학교 때, 그는 집으로 날아든 까치와 비둘기 그리고 이름 모를 산새들을 곧잘 키웠다. 때로는 뒷산 나무에 올라가 새둥지에 손을 넣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어린새들을 몰래 꺼내온 적도 있다.
『까치가 잡식성이라는 걸 혹시 아십니까. 먹다 남은 음식은 식은 밥이든 나물이든 마다 않죠. 그에 비하면 매는 아주 까다로운 놈입니다. 논두렁에 나가 개구리를 잡아다 줘야만 포식을 하니까요.』
한 사장은 유년시절 정겨운 추억담을 얘기한다.
아파트에서 매를 기르긴 힘들지만 앵무새와 잉꼬, 십자매, 카나리아를 키우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5만원 안팎이면 암수 한쌍에 새장까지 살 수 있는 데다, 3개월 정도만 모이를 잘 주면 알을 낳는다.
8년 전부터 시작한 관상어 기르기도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두개의 수족관에 50여종을 풀어 놓았지만 에인절 피시니 크라운 타이거처럼 값비싸고 희귀한 열대어들은 많지 않다. 종로구 창신동 단골 상가에 나가 마음에 드는 물고기가 보이면 이름도 묻지 않고 그냥 사가지고 온다. 호사스런 취미를 즐긴다기보다 시골 냇가 한 귀퉁이를 뚝 떼어 거실에 옮겨놓은 듯한 기분을 느끼보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날 아랫배가 퉁퉁해진 고기는 새끼를 밴 겁니다. 그땐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부화통에 넣어 줘야죠. 정성껏 관상어들을 보살피다 보면 강가에 그물을 치고 피래미부터 붕어까지 퍼올려 물주머니에 잔뜩 넣어가지고 돌아왔던 시골길이 떠오릅니다.』
1년전 양재동 꽃시장 근처에서 우연히 사들인 햄스터, 7개월전 한 식구가 된 이구아나를 보살피는 일에는 5살과 3살박이 두 아들도 극성이다. 햄스터는 채소만 먹지만 톱밥 위에 사는 이구아나는 비빔밥도 잘 먹는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안다. 앞으로 전원주택으로 이사가면 온 식구가 텃밭을 가꾸고 원숭이도 기르면서 자연 속에 푹 파묻혀 살고 싶은 게 한 사장의 꿈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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