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미래예측의 허상

미래에는 텔레비전이 이러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사를 누구나 한두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은 고선명(HDTV)으로 바뀔 것이며, 모든 집은 초고속 광케이블로 연결되고, 양방향 정보전송이 가능해 시청자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자동적으로 그것만 방영이 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들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영상전화, 전기자동차, 태양열전지, 저온핵융합, 초전도체, 음성인식, 인공지능 등 이와 비슷한 예는 무수히 많다. 전문가나 시장조사기관의 말만 믿고 많은 사람들과 자본이 이러한 분야에 투입되지만 결국 나중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러한 예와는 반대로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던 기술이 갑자기 큰 영향을 미치면서 무대 전면으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이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일반 사용자들에게 유용성을 인정받고 점점 세력을 넓혀가는 평범한 기술이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나 시장조사기관의 실수는 고쳐지기는커녕 계속 반복되는 경향이 있으며, 여기에는 일정한 유형이 존재한다.

첫번째 유형은 신기술의 기본적인 개념은 증명이 됐지만 실용화되기에는 개발이 더 필요한 경우다. 저온핵융합이나 초전도체의 경우는 실험실에서는 가능한 개념이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불확실하며,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번째 유형은 신기술 개발은 끝났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방법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실제로 사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다. 영상전화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며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비용측면에서 현재의 전화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아직도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는 개념이 증명되고 비용측면에서도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인들이 이를 사용하기 위해 하부구조가 필요한 경우다. CD를 대체하기 위해서 개발된 미니디스크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훨씬 우월하고 사용자에게 많은 혜택을 약속하지만 나와 있는 음반이 적고 구하기도 어려워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비디오카세트보다 훨씬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레이저디스크도 영화로 나온 것이 얼마되지 않고 대여점도 거의 없어서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네번째 유형은 기존의 기술도 계속 발전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지만 기존의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다. 따라서 신기술이 처음 개발될 때는 기존의 기술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우월하더라도 신기술이 실용화될 쯤에는 많은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번째 유형은 소비자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조금밖에 개선되지 않은 것에는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다. 소비자들은 신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입하지는 않으며,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경우에만 구입을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많은 혜택을 주더라도 사용하기가 조금만 불편하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인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문가나 시장조사기관의 예측을 무조건 믿지는 않는 것이다. 미래는 어느 누구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없으며, 그들의 예측은 예측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말이라도 무조건 믿지 말고 실제와 허상을 구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생기더라도 빨리 대응할 수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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