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회 기록 가능한 공CD(CDR) 생산업체들이 설비증설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용량 데이터 백업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CDR은 올들어 국내 소비자가격이 1장당 2천원대로 급락한데 힘입어 월평균 수요가 80만개를 상회하는 등 급팽창, 올해 시장이 총 1천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시장도 올해 3억장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도레미미디어, SKC, 웅진미디어 등 국내 주요 CDR 생산업체들은 이에 따른 국내외의 주문이 급증하고 있는데 대응해 라인증설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가 환율등락에 따른 변수와 투자비 회수 부담 등으로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월평균 35만장을 생산하고 있는 도레미미디어는 지난 5월부터 해외주문이 줄을 이으면서 전체 생산량의 40%를 수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파나마 등지에 대량 수출의 물꼬를 튼 도레미는 최근 삼성물산이 영국시장에 공급할 목적으로 매월 최소한 10만장 이상의 CDR을 공급해 줄 것을 타진해 오고 있는데 따라 설비 증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월평균 25만장을 생산하고 있는 SKC 역시 현재의 설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출 주문이 이어지자 증설을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으며 녹색 CDR로 내수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웅진미디어도 공급량 확보 차원에서 최근 일본업체로부터 금색 CDR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들여오는 한편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1∼2개의 라인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증설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업체들 스스로가 세계시장 선점에 가장 중요한 대규모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96년부터 CDR생산에 나선 일본의 다이요유덴, TDK, 리코, 대만의 라이텍, 프로디스크 등이 이미 월 수백만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춰 전세계 공급물량과 가격을 좌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수요만을 보고 대단위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의 CDR라인 증설을 망설이게 하는 또 한가지 요인은 CDR이란 저장매체의 라이프 싸이클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1천회 정도까지 기록, 재생이 가능한 CDRW, CD보다 기록용량이 7배 이상 많은 DVD램 및 DVDR이 차세대 저장매체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CDRW와 DVD계열의 저장매체가 등장해도 CDR이 한동안 대중적인 저장매체로 존재할 것으로 낙관하는 견해도 있지만 CDR생산업체들이 「재미를 볼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4∼5년 정도라는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업체들의 증설이 자칫 내수시장을 놓고 국내업체들끼리 출혈경쟁을 벌이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SKC의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추가 투자기회를 상실한 것이 매우 아쉽다』면서 『실리적인 대안을 찾기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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