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상수지 흑자와 달러 공급 초과 등으로 최근 원화가치가 급속히 절상되면서 전자, 전기 및 컴퓨터업종의 적정 환율은 어느 선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국내 제조업체 5백86개사(대기업 1백95개, 중소기업 3백9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분석한 「원화 환율의 적정성 평가와 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전기, 전자업종의 경우 환율이 달러당 1천1백원에서 1천2백원대가 가장 적정하며 컴퓨터업종은 전기, 전자업종보다 원화가치가 1백원 정도 절상된 1천원에서 1천1백원 정도가 적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기, 전자업체들 중 38.7%가 원/달러 환율의 적정선을 1천1백~1천2백원으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1천~1천1백원선이 적당하다는 업체는 24.0%, 1천2백~1천3백원선을 꼽은 업체는 20%, 1천원 미만이라고 답한 업체는 12.0%, 1천3백~1천4백원선이 적정하다고 답한 업체는 5.3%로 나타났다.
컴퓨터업체들은 43.8%가 1천~1천1백원이 적정 환율이라고 응답해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1천원 미만으로 응답한 업체도 18.8%에 달했다. 컴퓨터업체들 중 적정 환율이 1천1백~1천2백원과 1천2백~1천3백원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18.7%로 나타났으며, 1천3백원 이상이어도 무방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이처럼 전기, 전자업종과 컴퓨터업종 간의 적정 환율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은 전기, 전자업종의 경우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상당부분 진척돼 있는데다 컴퓨터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산업연은 분석했다. 특히 컴퓨터업종의 적정 환율이 전자, 전기업종보다 1백원 정도 절상된 1천∼1천1백원 수준으로 나타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수출보다는 국내 수요에 치중하고 있어 원화가치가 절상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은 『현재의 환율 움직임은 외환위기 직후 비정상적 폭등에서 적정 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하고 『이같은 환율변화는 기업간 이해관계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영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종합적인 판단하에 정책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아시아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기업들의 적정 환율 수준이 1천2백~1천3백원선에서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현재의 원화가치 절상 추세가 엔화가치의 급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등과 같은 대외여건 변화가 없는 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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