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자동제어시스템(BAS)시장이 구조조정의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심각한 영업부진 현상을 겪고 있는 BAS업계는 최근 들어 대기업 계열사들의 BAS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표면화되면서 산업 전체가 구조조정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BAS시장의 선두그룹을 형성해 온 삼성전자와 대우전자가 이달들어 BAS사업을 삼성SDS와 대우정보시스템으로 각각 넘긴 것은 BAS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업계가 이번주 중 판가름날 예정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설비자동제어시스템의 입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구조조정의 태풍속에서 「영종도 대첩」이 기업의 운명을좌우하는 방향타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BAS업계는 2백15억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설비입찰이 올해 치러지는 이 분야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인 데다 올 하반기에는 더 이상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가 없다는 점에서 「영종도」를 업계의 생존이 걸린 마지막 승부처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영종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회사 외에는 어느 누구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대기업 계열사들에 국한된 얘기일 수도 있다. 또 삼성과 대우의 경우에서 나타난 그룹내 시스템통합(SI)업체로의 사업부 이관에 대해 BAS와 통신시스템간 결합이 가속화되는 시장 흐름을 자연스레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중소 전문업체들에 적합한 BAS분야에 대기업 계열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뛰어들었던 과거의 모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조차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교과서적인 얘기는 당장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당사자들에겐 한가한 소리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상황이 이처럼 절박하다 보니 BAS시장의 질서도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경쟁회사를 덤핑업체로 낙인찍거나 「무자격자」로 몰아붙이는 상호비방전이 예사롭게 벌어지고 있는 데다 수입제품의 비중이 높은 BAS업계 형편에서 환율은 크게 올랐는데도 낙찰가는 계속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프로젝트도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상당한 덤핑 제안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익을 남긴다는 생각보다 우선 살아남고 보자는 심리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당장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몇 년 뒤의 확실한 죽음을 자처하느냐,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질서를 지키느냐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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