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한글 부활에서 SW산업 부활로 (5)

독불장군은 없다

한글이 되살아난 이후 SW업계에서는 차기 한글의 개발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꼬리를 물고 있다. 와쏘텔레콤은 독자 개발한 한글용 서체 1백55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대체 한글의 개발을 추진했던 나모인터랙티브와 나눔기술 등도 한글과컴퓨터의 요청시에 차기 한글의 개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미지리서치와 샘틀로소프트는 각각 유닉스용 한글과 매킨토시용 한글의 개발을 재개할 뜻을 비쳤다.

이를 두고 SW업계는 한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보면서도 『왜 진작 그러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한컴이 한글 신제품을 만들 때마다 거의 모든 요소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우리에게 개발 협력을 요청하지도 않았으며 공동으로 개발한다 해도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힘들여 한컴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해당업체들의 이같은 설명은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몰락해온 이유와 함께 한글을 비롯한 국산 SW가 막강한 외산 SW와 맞붙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바로 SW개발업체들이 「요소기술 등 자원을 서로 공유하는 체제구축」이다.

국내 SW시장에서 SW개발업체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설사 협력관계가 있다고 해도 이미 개발해놓은 SW를 놓고 이뤄진 마케팅협력이 대부분이며, 새로운 제품을 공동 개발한 적이 거의 없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SW전문가들은 『나만큼 이 SW기술을 잘 아는 사람은 없으며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남에게 줄 수 없다』라는 그릇된 장인의식에서 비롯된 문제로 풀이한다. 한컴이 요소기술에 대한 독자개발만을 고집해온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날로 복잡해지는 SW기술환경에서 이같은 「독불장군」식 제품개발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데도 국내 SW개발업체들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만을 최고로 알 뿐, 다른 업체의 기술에 대한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에는 매우 인색한 편이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기술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릇된 인식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국내 SW업체들이 영세해 기술협력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없는 업체간의 기술협력을 가로막고 있다. 또 힘들게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고 해도 국내 SW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아 큰 성공을 이루기 힘들며 따라서 얻을 이익도 많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여러모로 여건은 좋지 않으나 SW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업체와 비교해 취약한 국내 SW개발업체들이 살 길은 서로 협력을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보고 있다. 성공 후 얻을 이익이 적다는 지적도 틈새시장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나모인터랙티브와 나눔기술 등 일부 SW개발업체들이 설립을 추진중인 「한국소프트웨어컨소시엄」에 대한 SW업계의 관심이 새삼 집중되고 있다.

한글사태의 산물인 이 컨소시엄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SW업체들을 중심으로 벤처자본을 끌어들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SW상품의 개발과 마케팅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컨소시엄이 출범할 경우 다른 업체와의 협력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여러가지 이유로 이를 포기했던 SW업체들에게는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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