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시스템통합(SI)시장을 뒤흔들 「태풍의 눈」은 뭐니해도 해외 유력업체들의 인수합병(M&A) 향방이다. 무엇보다 선진기술력을 갖고 있는 해외업체들이 국내업체를 인수해 공공 및 통신, 금융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활용할 경우 기존 시장판도에 미칠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일단 올 10월 안에 최소한 2건 이상의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I사에 매각후 전산위탁관리(SM)를 하려는 S사와, 유럽계 업체와의 공동지주회사 설립을 추진중인 S사 등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SI업체 인수에 변죽을 울려온 지멘스, C&C, IBM, HP, 왕글로벌, 플래티늄테크놀로지, 유니시스 등 해외 유력 정보기술(IT)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 D사, K사, H사 등 국내 중견업체들의 피인수가 잇따라 많게는 5건 이상의 M&A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국내 유력 SI업체의 한 기획임원은 『현재 국내상황은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SI업체가 M&A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국내 그룹사들의 구조조정과 공공 아웃소싱시장을 노린 해외 IT업체의 이해관계가 요즘처럼 맞아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상당수 국내 대기업들은 사람 및 적자 줄이기를 위한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가장 후유증이 적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해외업체로의 매각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외자유치라는 대세에도 부합되는 것은 물론 홀딩컴퍼니식의 지주회사로 운영할 경우 회사와 인력 모두를 살릴 수도 있는 처방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업체 입장에서도 9월 이후 본격 실시될 공공기관의 이웃소싱시장과 금융, 통신서비스 시장참여를 위해서는 국내 SI업체 인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현재 물밑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는 IBM의 대그룹 계열의 S사 인수를 시작으로 중견 SI업체들의 매각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향후 중견업체들의 매각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그룹외 시장보다 계열사 SM을 맡아온 어중간한 경쟁력을 가진 중견업체들이 주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해외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없는 가격으로 인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5대 SI업체로 분류되는 대기업 계열의 SI업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전체가 아닌 부문별로 합작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특히 통신서비스시장을 탐내는 해외 IT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PC통신 관련 홀딩컴퍼니가 올해 안에 몇개 선보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L사의 한 임원은 『현재 외국업체와의 M&A방식으로 유력한 것은 지분매각 후 SM을 위탁하는 식의 아웃소싱방법과 특화시장을 중심으로 지분참여를 통한 공동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인데 어떤 방법이 되든간에 이로 인한 국내 SI시장 판도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I시장의 대세로 굳어져가는 이같은 M&A현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우선 긍정론자들은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안정된 다국적 기업으로 거듭나 수출시장 개척기반 마련은 물론 IT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아웃소싱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기차익을 우선시하는 외국업체들의 속성을 볼 때 M&A는 국내시장만 빼앗기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P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외국업체들은 환율상승 및 주가하락으로 가장 좋은 조건으로 국내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전례를 감안하면 해외 공동진출은 사실상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고 아웃소싱은 정보기술의 식민지화를 재촉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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